[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도시가스와 보일러 점검을 받았는데 부적합을 받았다.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고 보일러 실 안에 빽빽하게 들여놓은 짐들 때문에, 화재 시 쉽게 들어가서 진압할 수 없다고 부적합을 받은 것이다.
짐의 대부분은 막내가 홍대 미대 조소과 다닐 때 쓰던 조소 도구와 포텐샤 문짝에 그린 비틀즈 멤버 그림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2014년 막내 대학 1학년 때, 공장 마당에서 땀을 흘리며 매끄러운 차 문짝에 공을 들여 그린 작품이다. 마음 같아선 내 차에 옮기고 싶은 맘 간절하다. 막내는 군대 가기 전에 그림을 완성했다. 22세 된 포텐샤는 폐차했지만 담당자에게 사정하여 그림이 있는 문짝들을 집에 데려왔다. 나와 함께 한 지 벌써 십일 년이 되었다.
이 그림을 그릴 때는 천 여 평의 공장부지에 백오십 평 가까운 건물 앞마당에 세워진 차는 가족의 일원이었다.
비틀즈 그림이 그려진 포텐샤를 타고 나가면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림을 감상했다. 20대에 많이 듣던 비틀즈 멤버의 주옥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 같아 좋다. 우정잇츠 돈가스 가게 앞에 세워두었다가 가게를 그만두자 집에 갖다 놓았다. 막내가 카투사로 군복무 할 때, 보고 싶을 때마다 차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그 후에 공장건물이 경매되어 남의 돈에 넘어가지까지 격동의 세월을 같이 보낸 오랜 지기이다.
또 임대받은 밭 언덕 아래에 몇 년 동안 서 있었다. 그곳에 두고 오며 가며 그림을 감상했다. 마치 막내가 내 곁에 있는 거 같았다. 임대 밭 대부가 끝나고 지금 살고 있는 빌라로 데려와서 베란다에 있었다. 집안을 정리하느라 보일러 실에 두었는데, 멀리 보내지 말고 방에 뺐다 다시 넣어야 할까 보다.
막내는 상관없다고 버리라고 하지만 깊은 마음은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못난 엄마는 잘 그리지 못한 그림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잘 그렸든 그리지 못했던 같아 작품이니까, 이차 점검 전에 방으로 빼놓았다 점검이 끝나면 들여놓을까, 망설여진다. 버리는 거에 익숙지 않은 나이다.
다른 엄마들도 그렇겠지만 아이들 아기 때 입던 베네저고리도 가지고 있다. 막내가 형편이 나아져 주택으로 이사하면 작업실 한편에 비틀즈 멤버 그림이 있는 차 문짝을 벽에 걸어둔 것을 상상한다. 막내의 처녀 작인 조각상도 한편에 놓여있다. 그런 날이 꼭 올 거라고 믿고 있는데.. 애석하게도 막내의 허락을 받고 밖에 내놨다.
돈가스 집을 운영할 때 가게 앞에 세워두었는데 가게를 그만 두니 그곳에 놓을 수 없어 집으로 가져와서
베란다에 세워두다가 보일러 실에 넣었는데 보일러 점검을 왔는데 부적합을 받았다.
고민하다 당근에 나눔 한다고 했더니 향남에서 체험농장을 하시는 분이 고맙게 가져갔다.
체험농장에 가서 다시 비틀즈 멤버를 만나려고 한다.
이건 임대받은 밭에 몇 년 동안 두었던 비틀즈 멤버다. 밭에서 농사를 지며 자주 만났는데 십일 년
세월 동안 바래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 고마웠다. 시골집이 있었다면 그곳에 데려갈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