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 모음 ] < 길고양이 나비> 유정 이숙한
동네 입구 좁은 도로 우측 공장에 까만 사냥개가 살고 있었는데 긴 다리에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나만
보면 으르렁거리면 몹시 흥분하여 날뛰기 일쑤였어. 배 아래 누런 털이 있는데 산책할 땐 입마개 하고 다녔어.
난 사냥개가 사는 공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싫었어. 사냥개가 무섭고 사나우니까, 동네 쪽으로 가면 논이
나오고 뾰족한 지붕이 있는 아주머니 공장이었어. 그 앞에는 온갖 쇠붙이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고물상이 있고 고물상 울타리 옆에는 여러 그루의 대추나무가 있는데, 그 아래 풀숲에 우리 고양이식구들 은밀한 은신처야.
고물상에는 하얀 진돗개가 있는데 나만 보면 흥분해서 입에 거품을 물었어. 우리 고양이들은 묶이지 않아 자유롭게 다니니까 싫었던 거 같아. 새끼고양이가 야옹 소리만 해도 진돗개는 송곳니와 빨간 잇몸을 드러내고 금방 물어 죽일 것처럼 웡웡 짖었거든. 고물상 앞 작은 하천 둑 버드나무 아래에 들쥐 부부가 살고 있는데
수영을 잘했어. 내가 잡으려고 하면 물속으로 잠수했어. 우리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하거든.
들쥐들은 수영도 잘하지만 뛰어오르기도 잘했어. 버드나무뿌리 근처에 여러 갈래의 구멍집에는 생쥐들을
키우고 있었어. 우리가 생쥐를 매일 잡아도 여전히 많았어.
우리 고양이는 1년에 두 번 새끼를 낳아 기르지만 들쥐는 1년에 여섯 번이나 새끼를 낳아 기르다 보니
들쥐들의 우글거렸어. 생쥐를 잡고 또 잡아도 여전히 많았거든. 내가 들쥐 구멍 집을 뾰족한 발톱으로
파헤치자, 우리 두기와 둥이, 룩이와 랑이까지 합세하여 땅을 파헤쳤어. 두기와 둥이, 랑이는 생쥐 2마리를
꺼내고 나도 생쥐 2마리를 꺼냈어, 생쥐가 작은 손으로 살려달라고 빌었어. 우리는 가지고 놀다 식사를 했어.
어느 토요일. 옆집 사냥개 목줄이 끊어져 아주머니 공장에 나타냈어. 우린 비상이 걸렸어, 나와 룩이는
잽싸게 소나무 위로 올라가고 다른 아이들은 우리 집으로 들어가 숨었어. 내가 소나무 위에서 보니 들쥐들이 벼 이삭을 물어 나르고 있는 거야. 들쥐들이 버드나무집에서 이사하여 대추나무 근처에 구멍 집을 지었더군.
들쥐들이 영리해서 구멍집이 여러 개인데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거든. 숨는 들쥐가 들어간 걸
보고 난 소나무에서 뛰어내려 갔어. 사냥개가 사라지자 둥이와 두기, 랑이가 들쥐 뒤를 듣고 뒤쫓았으나 구멍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 우린 그렇게 매일 잡기놀이하며 살고 있어.
하천 둑에 개망초 줄기를 타고 올라간 들콩 주머니가 겨울바람에 옆구리가 터지고 말았어. 안에 있던 까만
들콩이 우르를 쏟아졌어. 벼 이삭을 쪼아 먹던 청둥오리들이 그 소리를 들었어. 맛있는 들콩이 땅에 떨어지자
보초병 청둥오리가 대장에게 신호를 보냈어. 대장 청둥오리는 들콩을 먹으려다 가다 발과 목둘레가 하얗고
검은 털을 가진 길고양이인 나를 마주쳤어. 대장 청둥오리가 내가 등장했다는 신호를 보냈어. 논에 앉아 있던
청둥오리무리가 하늘로 날아올랐어. 나는 머리를 쓰는 고양이라 아무 새나 쫓지 않아, 다쳐서 날지 못하는 새나 어린 새를 주로 사냥하거든. 내가 목표물을 사냥하기 위해 날아올랐어. 보초병 청둥오리가 소리쳤어.
"큰일 났어요. 바둑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아기 청둥오리들이 위험해요?"
논에서 벼 이삭을 물어 나르던 들쥐들이 놀라 구멍 집으로 숨고 논에 앉아 벼알을 먹던 청둥오리들이
V자로 떼를 지어 하늘 높이 날아올랐어. 내 입에 어린 청둥오리가 물려 있었어. 랑이와 둥이, 룩이와 두기는 논에 쪼그리고 앉아 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입맛을 다시고 있었거든. 머리와 목이 녹색 광택이 나고 노란
부리에 갈색 머리를 한 암컷 청둥오리가 새끼를 물고 있는 나를 노려보며 울고 있었어. 나도 엄마고양이라
마음이 아팠어. 하지만 나와 새끼들이 배를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었어. 내 입을 떠난 갈색과 하얀 꽁지깃털과 검은색이 섞인 갈색 털이 바람에 휘리릭 날아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