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모음] < 길고양이 나비 > 유정 이숙한
언덕 위에는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어. 동네 어귀를 지나면 기다린 수로가 있었지.
오른쪽과 왼쪽 논에 물을 넣기 위해 만든 물길이라고 했어. 물길을 따라가면 바람을 막아주는 아득한
언덕 아래 넓은 논에는 청둥오리들과 온갖 새들이 몰려들었어. 나는 새들이 모이는 비밀 장소를 알고
있었거든. 조금 멀긴 하지만 새를 사냥하기 위해 소풍을 갔어. 끝없이 펼쳐진 넓은 논에는 물웅덩이도
있고 추수하고 떨어진 벼가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 새들이 수만 마리가 겨우내 먹어도 남을 양식이
있었으니까. 매나 독수리도 바람 때문에 넓은 벌판에는 오지 않는 평화로운 곳이었어.
겨울에는 농사를 짓지 않으니 평화로웠어. 깊은 수로 얕은 물속에는 머리카락처럼 풀어헤친 기다란
물풀이 거센 바람에 흔들렸어. 따뜻한 물풀 이불속에는 붕어와 버들치, 피라미, 미꾸라지, 우렁이와
말조개들이 숨어 있었어. 가끔은 고라니나 청둥오리들이 수로에 내려와서 물을 마시고 물고기와 조개를
잡아먹기도 했어. 이곳은 새들의 천국이었어. 우리 고양이나 너구리만 없었다면 최고의 천국이었지.
목과 다리가 긴 백로들이 떼로 몰려와 벼 이삭을 주워 먹으며 행복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어.
산을 오르내리던 고라니들이 논으로 내려와 물웅덩이에서 물을 마시고 갔어. 넓은 들에는 겨울바람이
눈보라를 몰고 오기도 했어.
날씨가 맑고 화창한 오후였어, 나는 사냥하느라 지친 몸을 햇볕을 쪼이며 깊은 잠이 들었어.
오후가 되자 나는 4남매 고양이들을 데리고 넓은 논으로 소풍을 갔어. 소풍은 언제나 즐거웠어.
새들 무리가 시커멓게 논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나와 새끼고양이들은 새들을 사냥하는 소풍이
가장 행복했으니까. 집과 멀리 떨어지긴 했지만 소풍은 언제나 즐거웠어.
저녁때가 되자 밝은 노을이 짙게 깔린 하늘을 보며 환할 때 미리 먹잇감을 찜해놓았어.
나는 영리한 고양이라서 잘 날지 못하는 어린 새나 몸을 다쳐 상처가 있는 새를 잘 찾아냈어.
저녁이 되자 우리는 사냥모드에 돌입했어. 몸을 날려 일행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날개깃을
다친 참새를 랑이가 두 발로 누르고 잡았어. 랑이는 잡은 새를 입으로 물고 내게 자랑하며 식사했어.
내가 사냥감을 먹자 4남매 고양이가 침을 삼키며 먹고 싶어 덤볐어, 나는 앞발의 세우며 말했어.
"버릇없이 엄마가 식사하는데 뭐 하는 거야? 엄마가 먹어야 너희들이 먹는 거 잊었니?"
내가 맨 앞에 있는 랑이의 얼굴을 ‘탁’ 쳤어. 랑이가 놀라 뒷걸음을 쳤어. 어미인 내가 식사해야
새끼들이 먹는 것이 순서거든. 어릴 때는 새끼들이 먼저 먹지만 자라서 커지면 내가 먼저야.
소풍을 나와 맛있는 새고기 식사를 마치면 나와 4남매 고양이는 서리꽃이 피기 전에 서둘러 집에
돌아왔어. 집에 돌아오면 의례 근처 논과 밭 둑으로 생쥐 사냥을 나갔어.
똑똑한 쥐들은 구멍집을 여러 개 만들어 위장했지만 나는 용케도 잘 찾아냈거든. 4남매도 고양이도
구멍 집에서 생쥐를 잡아 허기진 배를 채웠어. 밤 사냥이 끝나면 잠이 몰려왔어.
아주머니가 탁탁 밥그릇을 치면 밥 먹으라고 하면 잠이 깼거든. 맛있는 밥을 먹고 잠을 청했어.
밤하늘에서 천사들이 땅 위에 내려와서 멋진 서리꽃을 예쁘게 피워놓고 갔거든.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에 웅크리고 누운 고양이들은 서로 몸을 맞대고 잠을 잤어.
청둥오리들은 낮에는 바다나 호수· 해안 등. 앞이 트인 곳에서 먹이를 찾다가 저녁이면 무리들이 넓은
논으로 떼를 지어 이동했어. 논에 떨어진 벼를 쪼아 먹으며 허기진 배를 채우고 늘어지게 잠을 잤어.
청둥오리들은 겨울이면 논에서 잠을 자고 쉬고 배를 채웠거든. 4월 하순에서 7월 상순까지 물안개가
뽀얗게 피워 오른 남양호 강에서 고개를 쳐박고 물속에 있는 붕어나 미꾸라지나 잡아먹고 민물고기들을
잡아먹으며 고양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물 위에 헤엄을 치며 둥둥 떠 다니며 시간을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