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

[ 단편동화 모음 ] < 할머니네 식구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따뜻한 어느 봄날, 키가 땅딸막한 할머니가 얼굴보다 큰 챙모자를 쓰고, 보라색 장화를 신고 밭에 나왔어.

호미로 구덩이를 파고 물을 듬뿍 부었어. 거름흙과 흙을 넣고 수박 모종을 심었어, 뿌리가 들뜨지 않게

수박모 주변을 흙으로 채웠어, 물을 듬뿍 주자 수박 모가 말했어.

"야호! 신난다, 좁은 집에 살 때 다리를 뻗을 수 없었는데, 넓은 곳으로 데려와서 고마워요, 할머니!"

"그래, 어서어서 자라 예쁜 꽃을 피우렴!"

수박모는 기지개를 켰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해님을 보며 자랐어, 넝쿨손으로 뻗어가더니 별을 닮은 꽃을 피웠어. 수박모 옆에서 쇠비름이 자라고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


며칠 후 하늘의 작은 별들이 내려와서 노란 꽃을 피웠어, 할머니가 별을 닮은 수박꽃을 보고 함빡 웃으며

“수박꽃이 피었구나, 수박이 많이 달리면 키우기 힘드니까, 다섯 마디 남기고 순을 따줄게. 예쁘고 건강한 수박 잘 길러주렴!”

할머니는 수박 넝쿨 다섯 마디를 남기고 끄트머리 순은 떼어냈어. 수박 넝쿨은 이리저리 기어 다녔어.

끝순을 떼어주지 않았으면, 동네 끝까지 뻗어가려고 했는데 들키고 말았어.

수박 넝쿨 옆구리에 아기 수박이 자라고 있었어, 할머니는 아기수박에게

"넌, 어쩜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니?"

할머니는 아기수박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어, 참외 모종도 심었어. 쇠비름이 헛기름을 했지만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아 슬펐어.


수박꽃에 벌과 나비가 춤을 추며 다가왔어. 며칠이 지났어. 수박꽃이 떨어지고 완두콩처럼 작은 아기 수박이 대롱대롱 매달렸어. 참외모를 심고 이틀이 지났어, 깜깜한 한밤중에 땅이 흔들리며 애벌레가 기어 나왔어.

구불구불 기어가더니 코를 벌름거리며

“낮잠을 오래 잤더니 배가 고프다, 으흠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애벌레는 코를 벌름거리며 참외 모종 옆으로 기어갔어. 참외 잎을 갉아먹으며

“맛있는 참외 잎 먹으니 행복하다.”

애벌레는 참외잎을 야금야금 갉아먹었어. 연한 줄기도 잘라 오물오물 씹어먹으며

“저쪽에도 참외 줄기와 잎이 있었네~”  

애벌레는 ‘크윽’ 트림하더니 땅속 집에 숨었어. 여러 날 비가 내리니 할머니가 밭에 나오지 않았어.

참외잎을 등뒤에 감춘 쇠비름이 소리쳤어.

"내 줄기도 먹어봐, 시큼하니 맛있어?"


깜깜한 밤에 애벌레가 엉금엉금 기어 나왔어. 참외 잎과 연한 줄기를 야금야금 먹으며

“역시 참외 줄기와 잎이 제일 맛있어! 참외 잎과 줄기만 먹고살면 좋겠다!”

참외 모가 엉엉 울며 소리쳤어.

“내 줄기와 잎을 갉아먹지 마, 참새 공주님, 살려주세요? 애벌레가 참외 잎을 갉아먹으니 빨리 오세요?”

참새가 참외 모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달님도 없고 깜깜한 밤이라 참외 모종을 찾을 수 없었어,

참외모도 살려주고 애벌레를 쪼아 먹고 싶지만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어.

이른 아침 참새가 울고 있는 참외 모종을 찾아갔어. 참외 모종은 잎과 연한 줄기가 사라진 후였어.

참새 공주는 애벌레로 아침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속상했어, 기운이 없는 말투로

“애벌레는 여러 개의 다리로 잘 기어 다니네? 고양이처럼 발톱이 길다면 땅속을 후비면 애벌레를 찾을

수 있는데?”


애벌레가 숨은 땅속 구멍 집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왔어, 갈고리 입을 다물고 쿨쿨 낮잠을 잤어.

참새 공주의 아침 식사가 되기 싫은 애벌레였어. 날이 밝아오기 전에 서둘러 참외 모를 맛있게 잘라먹었어,

이슬로 목을 축이고 '크윽' 트림했어. 쇠비름이 말했어.

"애벌레야, 내 잎도 먹어 보렴!"

"쇠비름 잎을 누가 먹어, 시큼털털해서 맛이 없던데?"

"뭐라고? 네가 언제 내 잎을 먹어봤니?"

"참외 잎 잘라먹다 모르고 삼켰는데 토할 뻔 했어, 다신 나한테 아는 척 하지마?"

애벌레의 말에 쇠비름은 할 말이 없었어, 참외 줄기는 잎이 없으니 기운이 없고 잠이 몰려왔어.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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