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감쪽같이 사라졌네?

[ 단편동화 모음 ] < 할머니네 식구들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할머니는 비소식이 있다고 해서 기다렸어, 며칠을 기다려도 비는 오지 않았어, 흙먼지만 뿌옇게 일었어.

한 주가 지나도 햇볕은 쨍쨍 내리쬐고 비가 오지 않았어. 할머니는 밭 식구들이 걱정되었어, 커다란 물통

여러 개에 물을 담아 차에 싣고 갔어, 밭 식구들에게 물을 듬뿍 주고 마르지 않게 흙으로 덮었어.

"어라, 참외모가 감쪽 같이 사라졌네? 미안하다, 할머니가 늦게 와서."

할머니는 참외 모가 비를 기다리다 사라진 줄 알았어, 한낮은 더우니 물을 마셔야 하고 잎은 해님이 준

영양분을 먹으며 성장을 도와주야 했어. 수박이나 참외는 물을 마시지 않아 목이 탔어.


할머니가 울먹이며

“아유, 불쌍한 참외 , 얼마나 목이 탔니, 가뜩이나 힘든데 애벌레가 잎과 줄기를 뜯어먹고 두 포기만

살았네? 애벌레가 괴롭히지 못하게 목초액 뿌려주고 갈게.”

할머니는 남은 참외 모에 목초액과 막걸리, 물을 섞어 흠뻑 뿌려주었어. 다음 날 씨앗가게에서 참외모

4 포기를 사 왔어, 땅을 파고 물을 흠뻑 주고 거름흙을 넣고, 참외모를 심고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게

눌러주었어, 물을 듬뿍 뿌려주고 흙으로 그 위를 덮었어.

애벌레가 고추 잎과 줄기를 잘라먹지 못하게 하고 고추 꽃에 알을 낳지 못하도록 목초액을 뿌려주고

잡초도 뽑아주었어. 잡초 속에 쇠비름이 있었어, 뿌리가 뽑힌 쇠비름이 울고 있어.


할머니가 목초액을 뿌려주다 뭔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 노란 수박꽃이 지고 완두콩 크기의 수박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어. 할머니는 가슴이 설레고 기뻤어. 아기 수박을 사진에 담으며

“아유, 예뻐라, 수박 넝쿨아, 장하다! 비가 오지 않아 힘들었을 텐데, 아기 수박을 키우고 있었구나!

고마워! 아기 수박 예쁘게 잘 키우렴.”

“네, 아기 수박 잘 키울게요. 할머니가 좋은 영양분과 물을 줘서 고마워요!

수박 넝쿨은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아 넝쿨손을 흔들었어. 뿌리가 뽑힌 쇠비름은 울며 말했어.

"할머니, 전 잡초가 아니고 쇠비름이란 말이어요?"

할머니는 쇠비름 말을 알아듣지 않았어. 쇠비름은 흙이 묻은 채 뿌리를 뻗어갔어.


참외 모종을 본 할머니 눈이 방울토마토처럼 커졌어, 참외 모가 사라졌어, 한 포기 밖에 남지 않았어.

땅속에 숨어있던 애벌레가 한 밤중에 땅속 집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참외모에 다가갔어.

"흠, 맛있는 참외 잎과 줄기, 할머니 고마워요!"

애벌레는 거스름을 피우며, 갈고리 입과 뾰족한 이빨로 참외 잎을 맛있게 갉아먹었어, 그 모습을 달님이

지켜보고 있었어. 애벌레는 배가 불렀어, 어그적 어그적 땅속 집으로 기어갔어, 달님이 지켜보고 있었어.

할머니는 슬픈 얼굴로

“저런, 애벌레가 참외 잎과 순을 잘라먹었구나. 참새들이 애벌레를 잡아줘야 하는데, 새들이 잠든 밤에

활동하니 잡을 수 없으니, 내일은 참외 모 다시 사다 심고 지독한 약물을 뿌려줘야겠다?”

할머니는 네 번째 참외 모를 심었어, 애벌레가 싫어하는 약물을 참외 잎과 줄기에 흠뻑 뿌렸어.

그날 밤이었어, 애벌레가 땅속 집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왔어, 참외 모를 잘라먹으려고 다가갔어.

독한 약 냄새를 맡고 푹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어.



할머니는 참외와 수박을 잘 자라도록 돌봐 주었어. 잡초들이 수박과 참외가 먹을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쑥쑥 자란 것을 보더니 모두 뽑아주었어.

수박 넝쿨이 걸어가는데 잡초가 눈을 찌르자 화를 내며 말했어.

“아야, 저리 가, 잡초야, 넌 할머니가 좋아하지 않는데, 내 옆에 알짱거리며 내 밥을 빼앗아 먹더니 내

눈을 콕콕 찌르고 있니?”

“난 잡초가 아니고 쇠비름이란 말이야, 나물로 무치면 맛은 시지만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해, 또 할머니

흰머리가 나지 않고 장수하게 하며, 위 건강과 암 치유에 도움 되는 귀한 식물이란 말이야.”

“잘난 체하지 마. 네가 귀한 식물이라고? 잡초라 뽑아버린 거야.”

“언젠가는 나도 할머니가 예뻐해 주실 날이 꼭 올 거야.”

목요일 연재
이전 04화 (1)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