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귀족 개라고?

[ 단편동화 ] <몽실이의 꿈>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2.

하나언니가 둘둘 말은 신문지를 들더니

“몽실이, 이리 와? 네가 발톱으로 끓어서 엄마 등과 머리의 상처가 심각한데 손가락까지 물었어?”

난 언니의 신문지 뭉치에 맞지 않기 위해 도망쳤어. 언니는 날 쫓아오다 되돌아갔어. 그 후 언니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언니를 피해 다녔어. 어쩌면 빨리 날 어느 곳으로 보내게 될지 몰라.

며칠 후, 언니가 공원을 산책시켜 주었어, 며칠 동안 갇혀 지냈더니 답답했어, 공원에는 나무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산책을 나온 개들도 만나서 좋았어, 오랜만에 부드러운 풀 위에 누워 맘껏 뒹굴었어.


언니가 출근하려고 문을 열고 나가자, 엄마는 설거지하고 청소를 마치더니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어. 전에는 엄마가 날 자주 업어줬는데 요즘은 업어주지 않아, 엄마가 일어나길 기다렸지만 일어나지 않았어, 난 화가 나서 엄마의 머리를 앞발로 긁으며

“엄마, 나랑 공원으로 산책 나가요, 풀밭에서 뒹굴고 싶단 말이어요?”

잠에서 깬 엄마가 머리를 만지며

“몽실아, 네가 엄마 머리를 긁어서 따갑고 아프잖아?”

엄마의 말에 난 볼멘소리로

“엄마, 밖으로 나가요, 말하지 않고 안에만 있으니 답답해요?”

엄마는 발로 긁어서 많이 아픈 건지 약을 가져다 발랐어, 나는 작은 소리로 웅얼웅얼 대며 밖에 나가고 싶다고 끙끙거렸어.


엄마는 퇴근하고 들어온 하나언니에게

“하나야, 몽실이가 오전에 내 머리를 긁었는데 따갑고 아프다, 상처가 난 거 같은데 네가 좀 봐줄래?"

언니가 엄마의 머릿속을 헤쳐보더니, 눈이 탁구공처럼 커지며

“엄마, 안 되겠어요. 상처가 깊으니 병원 치료를 받아야겠어요. 엄마가 몽실이랑 말동무하며 우울한 마음 추스르라고 했더니, 엄마가 몽실이 자주 업어주니까 버릇이 없어요. 현수네 집에 데려다줘야겠어요.”

“하나야, 몽실이가 그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현수네 집은 밖에서 개를 키우니 스트레스받을 일 없을 거야.”

나는 약상자를 물어다 언니 앞에 갖다 줬어. 다른 날은 내가 약상자를 갖다 주면 칭찬하는데 언니는 아무 말이 없었어. 칭찬을 받지 못하니 우울해졌어.

언니는 엄마 머리에 생긴 상처에 약을 바르며

“몽실이, 이리 와, 엄마 머리 아프게 했으니, 혼 좀 나야겠다? 남들은 내가 신문지 뭉치로 때린다고 동물 학대한다고 하겠지만. 네가 엄마를 아프게 했으니, 혼 좀 나야 해?”

언니는 신문지 뭉치로 내 입과 코를 때렸어. 아프진 않아도 기분이 나빴어. 엄마는 내가 성질을 내도 혼을 내지 않는데 언니는 아주 못됐어, 엄마의 상처가 깊은 줄 알지 못했어.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나는 못된 강아지야.

언니가 날 차에 태우고 한참을 달려가더니 시골집 넓은 마당에 날 내려놓으며

“몽실이 너, 현수 아저씨네 집에서 지내고 있어, 엄마 머리와 등의 상처가 나으면 데리러 올게?”


현수 아저씨 집에는 14살 먹은 할머니 개는 요크셔테리어인데 키가 작고 배에 커다란 혹이 있고 앞니는

흔들리고 다리뼈에 구멍이 생겨서 잘 걷지 못했지만 그 집의 대장이었어. 할머니 딸과 손녀 개도 있었거든.

내가 대장 할머니에게 아양을 떨며

“뽀삐 할머니, 털을 짧게 깎아서 아기처럼 귀엽고 예뻐요!”

대장 할머니는 입을 삐죽거리며

“예쁘면 뭐 하니, 이가 흔들려서 맛있는 고기도 씹지 못하고 대충 우물거리다 삼키는걸.”

뽀삐 할머니의 딸 깜순은 다리가 껑충 길고 까만 털옷에 하얀 털목도리와 하얀 덧신을 신었어. 깜순의

바둑은 애교가 없고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데 나만 보면 물어뜯을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며

“여긴 우리 집인데 왜 왔어, 넌, 네 집으로 가?”

나도 큰 소리로 말했어

“난 족보 있는 귀족 개 스피치란 말이야, 너처럼 똥이나 주워 먹는 똥개가 어떻게 귀족을 알겠니?”

내 말에 바둑이가 어금니를 드러내고 성질내며

“뭐, 네가 귀족 개라고, 진짜로 웃긴다, 웃겨.”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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