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정거장 없는 완행열차 > 유정 이숙한
26년 1월 첫 주말이다. 밖은 강추위라는데 병실 안에 있으니 체감할 수 없었다. 6일 가까이 머리를 감지
않았더니 근질거린다. 통합간호서비스라 환자가 머리를 감고 싶으면 간호사가 감아준다고 한다. 다리나 팔이 불편한 환자들은 버튼을 눌러 간호사를 호출하면 식사 후 빈 그릇을 가져간다. 하지만 걸어보려고 워커에 의지하여 밥 쟁반을 싣고 가서 선반에 집어넣었다. 워커에 의지하여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병실 면회 시간이 평일 오후 6시~오후 8시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 12시, 오후 6시에서 8시이다.
김 공에게 10시에서 12시로 가르쳐주었다. 환자복에 두툼한 조끼를 걸치고 워커에 의지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내려갔다. 첫발을 디딜 때는 다리에 힘이 없으나 운동하고 600걸음 이상 매일 서너 차례 걸으니 다리에 힘이 생겼다. 딸과 손녀가 왔다. 딸이 왼쪽 무릎과 허리가 아파 엑스레이 찍었다. 아픈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척추 MRI 촬영하기로 예약했다는데 걱정이다. 젊은데 건강해야지, 큰 탈이 없었으면 좋겠다.
딸은 어린이집 교사다. 허리나 다리가 아파도 아이들을 자주 안으며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한다. 0세 반이라 영아들은 손이 많이 간다. 손녀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면 육아휴직을 내고 손녀 치다꺼리하면 좋은데 사립어린이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가 보다. 손녀와 딸이 가고 나자 김 공이 머리를 감겨 주었다. 고마웠다.
샴푸실은 머리를 감기 편하게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내가 뒤로 누우니 김 공이 머리를 시원하게 감아주었다.
머리를 감고 나니 날아갈 거 같다. 아픈 덕분에 호강했다. 근질거리던 머리가 시원하다. 김 공은 내일 또 온다며 갔다. 병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심심한데, 김 공은 밥을 해 먹으며 출근하느라 힘이 부친 모양이다. 아예 하루 두 끼 식사한다고 한다. 혈당이 20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얼른 나아서 혈당을 내리게 해 줘야지...
병원 밥이 맛있든 맛이 없든 힘들게 밥을 해주는 손길에 감사한다. 밥을 먹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내일은 큰아들 내외가 병문안을 올 모양이다. 워커로 잘 걷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