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속에서

[ 에세이 ] <정거장 없는 완행열차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25년 12월 27일 왼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하기 위해 입원했다. 통증의 원인 중 하나가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려 올 수 있다는 담당의 소견대로 척추 MRI 검사와 초음파, 그 외 여러 검사를 받았다.

29일 아침 9시경 6층 병실에서 5층 수술실로 침대차에 실려 내려갔는데 으스스 춥다. 척추마취 하자 하체가 뜨거움이 느껴졌다. 수면제가 들어가고 산소마스크를 쓴 채 잠이 들었다. 수술시간이 1시간 반 걸렸다.


깊이 잠든 사이 무릎은 길게 아래로 절개되었다. 다리뼈와 허벅지 뼈를 연결해 주는 무릎에 새로운 장치가 설치되었다. 침대차에 누운 채 병실로 옮겨져 6시간 안정을 취했다. 마취가 풀리며 무릎이 앞뒤로 무척 아팠다.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이었다. 척추마취가 풀릴 때까지 안정하고 나니 오후 6시 40분. 수술 당일은 아침과 점심이 금식이었다. 안정을 취한 시간이 지나니 날 기다리던 흰 죽! 따스함이 남아있는 흰 죽을 반쯤 먹었다.


마취가 풀리며 아픈 강도가 심했다. 산고의 진통과 맞먹을 정도로 높은 강도였다. 다음 날도 무척 아팠다.

미세하나마 전날보다 아픔 강도가 10에서 9로 약해졌지만 엄청나게 쿡쿡 쑤시며 아팠다. 너무 아프니 밥맛이 없다. 셋째 날은 아픔 강도가 9에서 7도 떨어졌다. 아프다 보니 종일 누워있었다. 진통제와 무통주사를 맞으며 아픔을 오롯이 견뎌냈다.


의사 선생님이 하루 지나면 아픈 강도가 훨씬 덜 할 거라고 했다. 을사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수요일이다.

김 공이 잠깐 들러서 병실에 필요한 거 사다 주고 갔다. 일하느라 힘든데 병원에 오느라 러시아워와 맞물려 3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 걸렸다고 한다. 이렇게 아플 것을 짐작했기에 수술을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나만이 견뎌야 할 아픔의 무게이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러 왔을 때 15센티 내외의 무릎 수술 부위를 눈으로 보았다. 혈전 때문에 피를 담아내는 피주머니 400ml짜리, 두 번째 팩을 쏟아내고 100cc가 채 되지 않는 피주머니를 떼어냈는데 기다란 심 두 개가 오금쟁이 뒤쪽에 박혀있었다. 며칠 후 그것을 빼내니 무릎 뒤쪽이 훨씬 덜 당겼다. 두 바늘 꿰맨다더니 수술용 스테이플러로 '탁탁' 두 번, 마취 없이 생살에 박음질했다. 상처 부위가 워낙 아프다 보니 참을만했다.


수술할 때도 피를 많이 흘렸을 텐데. 피를 많이 빼고 나니 어지럽다. 온몸과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딸이 준 돈으로 영양제를 놔달라고 해서 맞고 나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막내가 영양보충하라고 메드윌을 보내왔는데 살기 위해 마셨다. 그 후에도 염증검사하느라 주사기로 피를 여러 번 뽑아갔다. 몸무게의 1/13이 혈액이라는데 5킬로도 되지 않는 양에서 900ml 넘게 뽑아갔으니 어지러울 수밖에, 수술 중에도 피를 많이 흘렸을 것이다. 이러다 내 몸의 피가 남아나지 않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식사 후 워커에 의지해 200걸음씩 두세 차례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워커에 의지하여 엑스레이 촬영을 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 피주머니를 빼고 나니 아픔이 훨씬 덜했다. 걸을 때 무릎을 구부리지 않으니 뒤쪽이 당긴다. 끔찍했던 아픔의 시간이 조금씩 멀어져 갔다. 주어진 메뉴얼대로 강도를 높여 근육운동을 했더니 무척 힘들다. 화성시 봉담읍 나이스병원 6 병동 609호실에서 2026년 병진년 새해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