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연재) 모태솔로

23. 그때 그녀를 찾아갔더라면

by 유정 이숙한

육십이 가까워지자 늦게 철이 난 찬수의 형. 찬수는 형이 끌고

다니는 덜덜 대는 화물차를 몰고 서희의 집으로 갔다.

마당에 화물차를 세우고 현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지만 그녀는 그의 마지막 방문을 알 리

없었다. 그녀가 그를 반가이 맞았다.

- 형수님 커피 한 잔 주세요!

서희는 커피 보트에 물을 끓이고 일회용 믹스 커피 봉지를

자르고 머그잔에 소금 몇 알을 넣었다.

보트에서 왈왈 대며 끓고 있는 물을 붓고 수저로 두어 번

저어 그에게 갖다 주었다.


서희는 평소대로 커피 몇 알갱이를 넣은 보리차처럼 말간

커피를 타오더니 마주 앉았다.

그는 그녀가 타준 만난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며 마신다.

어쩌면 다시는 맛을 볼 수 없는 커피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본다.

얼마 만에 갖는 편안한 휴식인가.

그녀는 그의 험난한 인생에 오래된 소꿉친구 같은 존재이고

가슴에 지닌 오랜 연인이었다.


그는 서희의 얼굴을 찬찬히 읽고 있다.

동그란 얼굴, 퍼진 몸매, 작은 입술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편안한 눈매.. 찬수는 속으로 엉엉 소리 내여 울고 있었다.

그녀가 동혁과 이혼했을 때 그녀가 있는 D시로 가려고 했다.

전화만 몇 번 걸어 목소리만 들었다.

그땐 강원도 콘도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라 공사를 끝내지

않고 갈 수 없는 처지였다.

어차피 동혁과 헤어졌으니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공사가 끝나고 찾아가려고 했을 때 어이없게 그녀는

엉뚱하게 본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가 지방에 혼자 살 때 찾아갔더라면 고백할 수 있었다.

동혁과 합치는 일은 뜯어말릴 수 있었는데 공사 일이다

뭐다 머뭇거리느라 몇 개월을 흘려보냈다.


그가 그녀를 찾기 전에 그들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 않지만

다시 한 묶음이 되었다.

그들 부부가 다시 합친 이유가 이해가지 않는 그였다.

자식을 낳아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를 터..


그녀는 종이 잔에 커피믹스를 뜯어 내용물을 쏟더니

왕소금 몇 알을 넣어 스푼으로 천천히 저었다.


그는 그녀가 타준 마지막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주제가

없는 허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이십 분쯤 쓸데없는 잡담이 이어졌고 할 말이 없어지자.

반질거리는 민머리를 만지면서 허탈한 마음을 추스른다.


그녀를 눈에 가득 담았다.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린다.

그의 행복을 방해하는 벨소리였다.

서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급히 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편소설연재) 모태 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