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될 사람 서희를 사랑하는 바보!
찬수가 삼십 대 일 때 서희가 찬수에게 친한 친구를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나이도 같고 성격도 비슷했으나 해경은 비혼주의자였다.
동혁과 서희, 해경과 찬수가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찬수의 마음은 서희에게 꽂혀 있어서 동혁과 서희가 친한 것이
무척 거슬리고 싫었다.
해경은 비혼주의자지만 농사를 짓고 순진한 찬수가 친구로 좋다고 생각했다.
애버랜드에서 해경과 함께 걷고 같이 다니면서 대화도 나누고
다정하게 굴어야 하는데 툭하면 엉뚱한 곳에 혼자 있고 돌발
행동을 거듭했다.
결국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소득 없이 끝났다.
그해 여름 만리포해수욕장에 서희는 가족들과 휴가를 갔다.
찬수가 늦게 도착했고 해경은 서희네 차를 타고 이미 만리포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두 사람이 서로 친해보라고 자리를 만들어줬으나
그는 혼자 다니면서 해경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서희가 그의 마음을 진즉 알았더라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눈치가 없는 서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희는 찬수의 돌발 행동에 친구인 해경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찬수가 노모의 집에 와 있을 무렵 서희는 사업장이 이전해
3킬로쯤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살아도 서희 소식은 꿰고 있었다.
다만 발걸음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주모랑 지내고 있으니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모와 살면서 2년 여 세월이 그의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주모가 변했다. 돈 독이 올라 돈도 벌지 못하고 밤일도 해주지
않는 그를 증오와 혐오스러운 눈으로 대했다.
찬수는 형이 노모 집으로 이사 오자 형의 화물차를 타고
가고 있다. 주모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조금이나마 사랑이 남아 있을 때
여자의 곁을 떠나고 싶었다.
그는 결심을 한 건인지 무서운 음모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동혁의 거래처에 배달해 줄 일이 있었다.
찬수는 서희와 함께 배달을 마치고 치킨집 하는 둘째 누나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누나가 서희를 보고 누구냐고 물었다.
찬수는 서희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다.
그건 그의 간절한 소망이었으니까.
형제나 식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여인이 서희였다.
남의 아내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이니 그가 서희를
여자로 좋아하는 것을 형제들이 알고 있다.
마음을 정리한 찬수는 하얀 승용차를 몰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서희네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