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연재) 모태 솔로

21.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

by 유정 이숙한

그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노모를 위해 밥을 짓고

세탁기도 돌리고 청소도 하며 지냈다.

하루 이틀 보내다 보니 보름이 지났다.

어느 날 그의 집 문을 두드리는 여자가 있었다.

찬수가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평생을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계란 두 판과 커피를 사들고 왔다.

그는 서희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스에 불을 올려 물을 끓여 그녀에게 커피를 타주었다.

그가 타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서희가 놀라서 묻는다.

- 머리는 왜 그렇게 빡빡 깎았어요? 어디 아파요?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 네, 위암 수술받았어요.

-그래요, 난 몰랐네, 그럼 다 나은 거예요?

- 지금은 아프지 않아요. 막내 여동생이 몸에 좋은 거 많이

해주고 잘 먹어서 괜찮아요. 다 나았어요.

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고 어정쩡한 걸음으로 문을 나선다.


그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는데 술을 마시면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교통경찰의 눈을 피해 남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다녔으니 음주운전의 대가였다.

또 한 가지 특이한 버릇은 술을 마시면 선배인 동혁의

집에 들러야 했다.

동혁은 그가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잽싸게 거실 불을 껐다.

동혁은 아내를 좋아하지 않지만 찬수가 술을 마시고 오면

그의 아내 서희가 보고 싶어 온다 것을 알아차린 지 오래다.


하지만 서희는 눈치가 없어 알지 못하고

- 사람이 온다는데 왜 불을 꺼요?

- 술 취해서 오면 말이 많이서 귀찮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도착하기 전 거실과 안방 불을 얼른 껐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도 동혁의 사업장에 들려 동혁의

아내 서희가 타주는 다방커피를 마시며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서희는 그가 서희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서희의 생일날은 남편인 동혁이 매년 잊지 있지만 그는

그녀의 생일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싱겁게 서희의 집에 아침 일찍 찾아와서

- 오늘이 형수님 생일이네요.

라고 말하고 생일을 축하한다거나 그런 말 대신

- 형님은 어디 가셨어요? 형수님 생일인데?

라고 말하며 생일 선물로 뭘 받았냐고 물을 뿐이었다.


그는 알코올에 들어가지 않으면 천상 말 없는 새색시다.

하지만 그의 뇌에는 술만 취하면 서희 얼굴이 떠오른다.

기분 좋게 취하면 여전히 차를 돌려 서희 집에 들렀다.

그가 술을 마신 후에는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었는데

세월이 가니 그도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건 오직 서희에 대한 마음이었다.


읍 소재지에 두꺼비 탈을 쓴 여우들. 생명력이 길으면 한두 달이다.


또 다른 여우가 등장하여 마음이 허한 외로운 늑대들의

주머니를 훑어가기 위해 노리고 있다.

찬수는 이십 년 세월에 터득한 학습이라 여우에게 홀리지 않는다.


주모를 만나기 전 여우들의 삶에 도움을 줄을 뿐이었다.

여우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투자한 돈이 몇 천만 원이 넘는다.


그러던 그가 말동무하며 시간을 보내던 두꺼비 여우를

머리에서 깨끗하게 지웠다. 철이 난 것일까?

그에게 마지막 여자이고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여우가 주모였는데...


그는 술이 취하면 서희 얼굴을 보러 가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

그의 병은 <여우 증후군> 두꺼비 같은 여우에게 홀리고 얻은

병인지라 착한 여우를 만나면 나을 거 같다고 생각한 서희다.


하지만 주모를 만났지만 그 병이 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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