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정거장 없는 완행열차 > 유정 이숙한
몇 년 전 유체동산 경매를 진행한다는 우편물을 받았다. 운영하던 공장과 관련되어 경매받은 사람과 사건에 휘말렸다. 1차에서 전직 판사가 원고 변호를 맡아 소설처럼 그럴싸한 스토리를 써서 피고인 내가 패했다.
2차 진행하기 전 원고에게 대화로 해결하자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1차에 원고가 만나자고 애원했는데 반대로 인해 만나지 못했다. 원고는 재판을 걸은 상태여서 믿음이 가지 않은 점도 있었다.
2차에는 1차에서 놓친 사안을 사건을 의뢰받은 국선변호인이 찾아내서 진행했으나 일부 승소하고 일부 패소했다. 3차 대법원은 혼자서 법전을 공부하며 해봤으나 2차 법원으로 파기환송되었다. 그땐 원고가 2차 끝나고 내게 유체동산 경매를 시작한 후였다. 내가 재산이 있는 줄 알고 시작했다. 1차 후에 원고 형인 법무사와 통화했다. 끝까지 가도 나는 숨긴 재산이나 현금이 없으니 파산면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돈이나 재산이 없으니 시간 낭비라고 했다. 하지만 원고가 형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13년 된 냉장고와 덜덜 거리는 14년 된 세탁기, 맛이 간 9년 된 노트북, 14살 먹은 티브이에 집행관이 집에 와서 유체동산 경매 딱지를 붙이고 갔다. 2차 사건이 종결되기 전이니 종결될 때까지 보류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답이 없었다. 내 형편에 생활필수품이 없으면 살기 힘들다.
고심 끝에 판사님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그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보류해 달라고 집행정지 서류를 제출했는데 답이 없다. 전화를 걸어서 제출된 서류의 잘못된 글귀를 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제목이 틀렸다고 했다. 그래서 판사실 계장님에게 배워 제목을 고치고 다시 제출하고 봐달라고 또 전화를 걸었다. 금요일 오후 5시였다.
유체동산 경매 날짜는 화요일이니 4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계장님에게 판사님께 내 사정을 말씀드려 달라고 했더니 판사님이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가라고 했다. 그렇더라도 말씀이라도 한 번 드려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드렸다. 그 시간이 금요일 5시 40분이라 될 거 같지 않아 체념하고 있었다.
금요일 밤 10시 넘어서 **법원에 들어가 내 사건기록을 보았는데 밤 10시 5분에 판사님이 유체동산 경매 정지를 인용해 주었다. 그건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시는구나 몸소 체험했다.
그 후 그 사건이 종결되어 일부 피고 승소했지만 원고 승소로 종결되었다. 원고에게 패했으니 삼천팔백만 원의 비용을 물어줘야 했다. 그래서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하여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인용받았다.
원고와 2차 때 만나 대화로 풀자고 했으나 원고가 내게서 돈을 꼭 받아낼 거라며 고집을 부렸다. 원고는 형의 말을 듣지 않아 변호사비와 비용만 날리고 손해를 봤다. 물론 우리 공장은 시세보다 1/3 가격으로 경매받았으니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3년 세월 동안 심적 고통이 컸을 것이다. 변호인을 선임하고 사건에서 이기면
변호사에게 성공사례비를 내야 하는데 변수가 있는 줄 몰랐을 것이다. 그때 만났으면 원고도 비용을 줄이고 손해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운영하던 공장은 대문이 항상 닫혀있다. 우리가 살 때 바빴던 공장인데 8년이 지난 지금도 조용하다. 월세가 나가지 않는 건지, 다른 사람에게 팔린 건지 모르겠으나 지나는 길에 보면 문은 닫혀 있고 고요하다. 유체동산에 경매될 뻔했던 세탁기는 3년이 지난 작년 가을에 고장 나고 티브이도 고장이 나서 버렸다.
쓸모없는 생필품을 유체동산 경매로 돈을 받아내려고 했다. 고장 난 노트북도 파산면책을 받고 바로 버렸다.
어떤 사건이던지 법으로 결론짓는 것보다 만나서 대화로 해결하는 편이 서로에게 유익이다. 패하나 승소하나 변호사 사무실만 돈을 벌고 원고나 피고 양쪽 모두 시간과 돈을 버리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그 당시 난 기초수급자였으니 국선변호인을 수임해서 큰 비용이 들지 않았지만. 긴 시간 그 일에 매달리느라 힘들었다.
시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서 시작했다. 4년이란 세월을 신경 쓰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물론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