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전기지민 Sep 24. 2024

언어치료사가 들려주는 우울 처방법

누구나 우울을 겪는다.

부끄럽게도 아니, 용기 있게도 나는 10년 이상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다.


20대 초반에 강박의 발현으로 인해 공황 증세가 갑자기 나타났고 응급실을 전전하다 결국 신경정신과적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찾아간 의원에서 공황장애라는 진단명을 받고 약을 복용하자 증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문제는 10년간 약을 완전히 끊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어치료가 필요한 대부분의 성인 대상자는 우울을 잠시 또는 지속해서 겪는 경우가 많다. 뇌질환이 자신의 잘못인지, 유전인지 원인을 생각하느라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유가 어쨌건 이건 내 팔자라고 납득하게 된다. 그리고 우울을 겪는다. 우울증 약을 먹는 경우가 있고 복용하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줄이기도 한다. 재활기간 내내 정신과적 문제도 이겨내면서 신체를 재활해야 하는 힘든 조건에 있다. 그야말로 강철 멘털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부분은 우울은 모두가 겪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도 우울은 모두에게 찾아올 수 있다. 결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우울은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발현되게 하는 원인 세 가지를 살펴보자.


우울증의 원인

1) 자기 비난

 병이 일어난 원인,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다. 자신을 끝없이 채찍 하며 그때 그러지 말았더라면, 하고 후회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삶에서 일어날 일들은 마땅히 일어난다. 오히려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자. '그럴 수 있어. 최선이었어. 괜찮아. 내 탓이 아니야.'

2) 자기 연민

 자기 자신의 인생이 초라해지고 불쌍하게 느껴진다.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만 허우적거리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각자의 짐을 지고 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들은 알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 중이다. 위로의 말을 해주자. '그래도 잘해왔잖아. 앞으로 잘 이겨내면 돼. 모두가 힘든 순간을 잘 버티고 있어.'

3) 타인동정

 타인을 동정하느라 자기 자신까지도 연민에 빠지는 일이 있다. 사람은 믿어주면 그만큼 힘을 낸다. 오히려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하자. 내 선에서 도울 수 없다면 깨끗하게 인정하자.


 그렇다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아쉽겠지만, 약물치료다. 약물치료가 안 되는 경우도 당연히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C급, B급 약물이 사용된다. 환자는 잠을 잘 자고 감정의 동요도 덜 하다. 일상생활도 이전보다 훨씬 윤택하며 신체 증상이 사라져 편하다. 그러나 잠시의 도움을 줄 뿐,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도움은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끊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인지행동치료다. 임상심리사를 통한 인지행동 및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나 회당 치료비가 비싸서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 외에도 뇌파에 전류를 자극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급여이고 일반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더 찾아보자. 첫 번째는 신뢰할만한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이면 좋다. 그들이 환자에게 끊임없이 용기와 도전을 주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준다면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다들 누군가의 한마디에 눈물짓고 용기를 얻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두 번째는 명상과 기도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자율신경계를 안정화시켜 우울을 감소시킨다. 사람이 아닌 절대적 존재에 의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신앙이 있다면 공동체가 있을 것이고 그 공동체에 아픔을 공개하고 기도를 요청한다면 더 유익할 것이다. 세 번째는 독서와 운동이다. 꾸준한 독서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자극적인 도파민을 찾지 않게 한다.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고 지식도 얻으니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운동은 말할 것도 없이 우울증 극복에 중요한 요소다. 좋은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깨끗한 산소를 뇌에 공급하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다만, 뇌신경 환자분들은 마비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되니, 치료사의 도움으로 가능한 움직임을 지속하도록 한다. 네 번째는 감사일기와 칭찬일기 쓰기, 마음껏 웃기다. 감사하는 마음은 불평과 자책을 몰아낸다. 없는 것에 불평하기보다 주어진 것에 오히려 감사하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해진다. 칭찬일기는 자신을 칭찬하거나 타인을 칭찬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부족한 나라도 분명히 칭찬할 것이 있다.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거울을 보고 미소를 짓자. 소리 내서 웃는 것을 연습하자. 나 자신도, 나를 보는 누군가도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오늘은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다. 언어치료 대상자에게 생기는 우울뿐만 아니라 일상을 사는 우리 모두가 우울을 겪는다. 다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아, 우울이 또 왔구나, 다만, 너무 오래 머무르진 마렴, 하고 떠나보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원치 않는 일을 겪을 때, 그 일로 인해 낙심하지만 말자. 고통과 상실이 있어야만 우리는 삶에서 성장할 수 있다. 긍정적인 일만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 오히려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과 삶에 대한 간절함을 줄 수 도 있다.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주변에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원치 않았던 사건이 일어났지만, 당신은 우울에 침체되지 않고 날아오를 것이다. 내가 당신을 응원한다. 할 수 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