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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우지 않는 인간관계

대부분 사람들의 고민의 80% 이상은 인간관계다.

by 안전기지민

나는 선척적으로 사람 자체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그게 피로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 되는 말을 기록하기도 한다.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도 없이 말하고 행동한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 나를 겨냥한 의도에 화가 난다.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나를 배려하지 않은 행동인 것 같아서 화가 난다. 하지만 큰 오해는 대부분이 이런 목적을 가지지 않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저 센스가 좀 부족했거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저 사람을 겨냥해서 내가 이 나쁜 행동을 해야지! 하고 행동하는 경우는 진짜 악의를 가질만한 이유가 있는 관계 아니면 거의 없다.

나는 다음 주면 8개월이 되는 아기를 육아하고 있다. 요즘 많이 커서 혼자 일어서고 장난감을 좋아하고 계속 활동한다. 호기심이 많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게 똑 날 닮았다. 이상하게 조용해서 가까이 가보면 저지레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제는 밥을 먹기 싫다고 몸부림치다가 이유식 그릇을 엎었다. 바지와 바닥에 난자하게 흩어진 이유식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먹지도 않는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고 이유식 재료를 다지고 소분하고 얼렸던 수고가 생각이 나서 화가 났다.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그냥 조용히 치웠다. '맞아. 아들은 의도가 없지. 전두엽이 다 완성되기도 전이고 일의 인과관계를 이해하지도 못해. 엄마가 속상하다는 개념조차 알 수 없어. 그건 어리기 때문이야. 나도 어릴 때 그랬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화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 손을 잡고 '네가 밥을 거부하니까 걱정이 돼. 엄마가 억지로 먹여서 미안해. 네가 잘 커야 하는데 계속 분유만 먹으려 하니까 성장하는데 문제가 생길까 봐 엄마가 걱정이 돼서 화가 났어.'라고 말했다. 음식은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진짜 내 속 깊은 곳에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먼저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언제든 스스로 먹는다. 그걸 기다리는 게 엄마가 할 일이다. 인간관계도 그러하다.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면 반대 심리로 하기가 싫다. 하지만 스스로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진심 어린 행동을 내가 받을 수 있다. (지금도 놀아달라고 울고 있어서 글을 쓰기 쉽지 않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일부러 화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으며 그걸 해석하는 내 문제다.

2. 쉽게 화가 난다면 편도체 활성화의 문제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쉽게 기분이 상한다면 그렇게 습관이 된 것이다. 타인의 의도나 목적이 나를 겨냥한 게 아닌데 그냥 짜증이 나는 것이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편도체를 쉽게 활성화된다. 그러므로 전두엽을 움직이는 운동, 명상,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행동으로 대체해야 한다. 일단 화가 난다면 화가 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수용해야 한다.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짜증이 났구나, 기분이 나쁘구나, 그럴 수 있어, 근데 꼭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야만 하는 건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이건 또 아무것도 아닐 거야.'

많은 일이 지금은 벼랑 끝에 있는 듯이 화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은 큰 실패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으로 남기도 하듯이. 만약에 실패한 관계가 있다면 그저 보내주는 것도 인생에서 꼭 연습할 일이다. 만나는 모든 관계를 우리는 지속하거나 붙잡을 수 없다. 각자의 배가 떠돌다가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편도체는 긴장되는 사회 속에서 늘 깨어 있다. 아예 꺼버릴 순 없지만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필요하다. 짜증이 났다면, 내가 지금 많이 피곤하고 쉬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잠시 바람을 쐬거나 걷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이라도 다녀오자. 그리고 힘든 자신을 위로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자.


3. 결국에 내 곁에 남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늘 듣고 싶은 말, 바라는 행동이 있다. 내 맘에 꼭 맞게 해 주고 충족시켜 주길 바란다. 하지만 사람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기에 지금 당장은 내 말대로 해줄 수 있지만 그 진심까지 조종할 수 없다. 억지로 하는 행동을 받는다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사람은 스스로 깨닫는 게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기대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도,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도 내게 남는 것은 오직 나 하나뿐이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줄 사람도 오직 '나'다. 그러므로 자신을 수용하고 안아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야 한다. 타인에게 우리 자신을 그렇게 내어주고 소모했듯이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해야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럴만했겠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 이겨내서 대단하다.


4. 관심을 꺼주는 게 도움일 때가 많다.

상대가 이유 없이 불편해 한다면 특정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 조차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이 힘들었던 경우, 부모님에 대한 힘든 기억이 있는 경우, 외모에 대해 놀림 받은 기억이 있는 경우 과거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타인이 내 기대와 다른 반응을 한다면 대화 주제를 얼른 바꾸거나 더는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타인이 이유 없이 연락을 줄이거나 피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연락으로 채근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 이어질 인간관계라면 필요시에 알아서 다가 올 것이다. 다만 다시 다가 왔을 때 이유를 묻지 말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받아들이면 좋다. 상대는 알아서 미안함을 느끼고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성취나 인간관계나 시간을 들일수록 견고해진다. 관계는 그냥 내버려 둘 때가 있어야 하고 관심을 줘야 할 때가 있는데 자신 없다면 차라리 전자를 더 잘해야 한다. 타인에게 실수했을 때에게도 계속 사과를 하며 주변에서 맴돌기 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게 차라리 낫다. 지금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은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나는 시부모님이 문자로 아기 사진을 보내달라고 자주 요구하시는 편인데 좀 피로하다. 그들의 목적은 나와 우리 가정에게 늘 관심이 있다는 의도인데 나는 그게 피곤하다. 조용하면 잘 사는 것으로 알고 믿어주는 게 내게 더 필요하다. 상사나 친구의 과한 관심도 부담이 된다. 우리가 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해야 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참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많은 날들을 힘써서 잘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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