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經一事 不長一智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는 말을 요즘 자주 되새겨 본다.
생각해 보면, 정말 나는 반백 년을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도전을 했었다. 실패도 맛보았고, 성공한 적도 많았다. 물론 실패는 그냥 실패로 끝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 그것은 '또 다른 모양'의 성공이었다.
不經一事 不長一智(불경일사 부장일지).
한 가지 일을 겪어보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다.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나의 지혜, 실력도 분명 하나씩 성장했었다.
작년에는 항상 마음에 담고만 있던 도전(挑戰)을 했다.
나는 초3 때(아.. 국민학교3ㅋ) 우연한 기회로 천자문을 좀 접하고 관심이 생기면서, 한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한자, 한문 공부도 남달리 잘했다. 첫째 딸이 초등학교 입학한 후 우연한 기회로 한자 자원풀이 공부를 알게 되었고, 한자와 한문 공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그 이야기는 이전 글에..)
그렇게 시작한 것이 나도 어느 날부터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고,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던 시간부터 지금 까지 어느새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출강 수업도 좋지만, 늘 꿈꾸고 있던 것은 하나 있었다. 바로 나만의 학습관을 하나 가져 보는 것! 집에 넘쳐나고 있는 그 많은 한자, 한문 관련 책들을 가지고, 나만의 공간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 사업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늘 마음에 있었는데...
작년 3월 어느 날, 이전에 어떤 모임에서 알게 된 그녀가, "언니~ 4월 초에 우리 얼굴 한번 봐요."로 시작하는 카톡을 보내왔다. 그래! 이렇게 말 나왔을 때 만나야지! 하며 얼른 서로 날짜를 잡고 4월 초에 만났다.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그녀가 건넨 한 마디. "언니, 제가 아는 동생이 00 아파트 상가에 한국사 수업 교습소 열어서 정말 잘 되고 있더라고요. 언니도 그런 거 한번 해봐요." 하는 일상적인 인사 같은 그 말에 갑자기 내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가끔 내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나 아닌 누군가 직접 그걸 말로 해주니 또 다른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말이 오갔고, 갑자기 집에 오는 차 안에서 혼자 조용히 있던 그 시간부터 그날 밤에 잠 자기 전까지 정말 머릿속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진짜 이제는 뭘 하기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뭐부터 해야 할지 천천히 적어보았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많이 구석지고 인구도 별로 없는 우리 동네보다 그녀가 사는 그 동네가 그런 교습소를 차리기에 정말 좋아 보였다. 바로 그녀와 약속 잡고 함께 그 동네 부동산에서 교습소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한 군데는 정말 도장 찍기 직전까지 갔는데 어쩌다 일이 어그러졌다.
혼자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며, 학원 매물 정보들이 올라오는 유명한 네이버카페에 들어가서 알아보다 집보다 더 가까운, 조건도 괜찮은 자리를 우연히 하나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일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진행되었다.
원래 미술교습소 하던 자리인데, 실제로 가서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 큰 초등학교가 하나 있고, 내가 생각하는 예산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아 또 좋았고, 지금 원장님이 어지간한 것은 필요한 건 다 놔두고 가신다 해서 내 돈이 크게 더 추가로 들 일은 없어 보였다. 물론 학원 매물들은 권리금이 어느 정도 오가는 것 같다. 그 정도야, 내가 새로 차린다 하더라도 당연히 들어갈 비용이라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리되어! 얼마뒤에 권리(시설) 양수 양도 계약서에 도장 찍고, 계약금을 지불했다.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내가 직접 이런 일을 처리해 본 건 처음이라 기분이 또 남달랐다.
시설을 인수받고 얼마뒤, 외부에서 찍어본 교습소 사진을 보면서 간판은 어느 쪽에 달지, 바깥에서 보이는 외부 창문에는 어떤 글을 써서 이목을 끌어볼지 행복한 고민을 했던 게 엊그제 같다.
생각해 보니, 처음에 보고 도장 찍기 직전까지 갔던 그 자리가 안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더 좋은 자리를 만나게 하려고 하늘이 도우신 게 틀림없다! 그런 여러 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배운 것도 많다. 이렇게 또 하나를 겪어보고 내 속의 또 하나의 어떤 것이 부쩍 자란 것 같다.
오픈한지 5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과목 특성상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생도 많지 않지만, 평생학습관 수업 외에 매일 매일 내가 고정적으로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생겼고, 집안의 일과 나의 일이 분리된 공간이 있으며, 내내 거의 성인만 가르치다가 요즘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예전에 보드게임지도사, 어린이놀이한자지도사 이런 과정을 취득하면서 배웠던 것도 써먹을 기회가 생겼고, 좀 더 다양한 수강생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을 하게 되어 나에게는 또 다른 활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