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자, 한문 공부를 다시 하게 되었던 때 2

by 메이쩐

나는 딸이 넷이다. 모두 두 살 터울. 가끔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모두 계획하고 낳았어요?? 아들 낳으려고 그렇게 넷이나 낳았어요?


나는 아래위로 언니 둘, 여동생 둘 오자매 중 셋째로 자랐다.(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딸부잣집 그 셋째 맞다!!) 어릴 때는 그렇게 자란 게 너무 싫었는데 다 커서 보니 형제자매 많은 게 좋더라. 남편도 아이가 많으면 좋겠다 했고 셋째까지는 낳아보자... 했는데, 셋째까지 낳았는데도 병원가지 않고 버티던 남편 덕분(?)에 넷째까지 낳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다 딸이었다. 남편은 별말 없지만(속으로는 섭섭하겠지만), 나는 딸 넷도 참 좋다!


2015년 봄,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느 날,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하나 받아왔다. 학교에서 학부모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이 있으니 신청해 보란다. 서예도 있었고 몇 가지 있었던 거 같은데 눈에 딱! 띄는 또 하나! "아동한자지도사 자격증 취득 반" 세상에.. 이런 기회가 또 생기다니!!


문제는 아직 젖도 떼지 않았던 막내였다. 나는 친정도 시댁도 다 대구고, 남편 직장이 용인이라 결혼하고부터 쭈욱 용인에서 아이 넷을 우리끼리 키우고 살고 있어서, 아이를 주 1회 2시간 봐달라 만만하게 부탁할 데도 없었다. 안내문을 본 게 3월인데, 우리 막내 첫돌은 5월 말. 일단 아이가 젖도 떼고, 돌은 지나야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다. 일단 신청은 해보고, 첫날 가서 분위기를 한 번 보자!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아이를 업고 갔다. 조금 일찍 가서, 선생님을 먼저 만났다. 선생님 성함이 좀 중성적(?)이라, 남자면 어쩌나 걱정을 조금 했다. 그래도 여자들이 이런 상황을 더 잘 이해해주지 않을까 했기 때문에. 다행히 선생님은 아주 선한 인상을 하신 여자분이셨고, 나보다는 열몇 살 정도 많았다.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좀 되었지만 1급 한자 자격증도 취득할 만큼 한자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공부하던 데가 있었는데, 그 선생님께서 건강적인 이유로 지금은 더 수업을 하지 않으시고, 저도 마땅히 배울 데가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우리 첫째가 가정통신문 갖고 온 거 보고 이런 수업이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저는 이렇게 막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젖도 못 떼서 어디 맡길 데가 없는데, 이렇게 업고 수업해도 될까요? 애가 중간에 울거나 시끄러우면 나가겠습니다." 하니,

"아유, 뭘 걱정하세요. 아무 걱정 말고 앉아서 공부하세요. 정말 대단하다. 애기 엄마^^"

애까지 업고 앞에 앉기는 뭐 했고, 맨 뒤에 앉았다. 애가 울거나 소리 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용기를 가져본 건, 마침 우리 막내는 오전에 일어나서 밥 먹고 놀다가 오전 잠을 자는 시간이 우리 수업시간과 똑같은 딱~! 10시부터 12시 사이라, 내가 재워서 업고 두 시간 앉아있음 괜찮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우리 막내는 잘 자주었다. 물론 한 번씩 징징 대면 나는 얼른 앞으로 안아서 덮개로 가리고 젖도 먹였고, 그래도 징징 대면 복도로 나가서 어르고 달래다 잠들면 다시 들어왔던 날도 있었다. 물론 손가락에 꼽을 정도여서 다들 이해해 주었다(아마 그랬을 것이다).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옆에 있는 의자에 앉혀서 쌀튀밥 같은 간식을 놓아주면 그거 하나씩 집어 먹느라 조용하게 잘 앉아있기도 했다.

두 시간 아이를 업고 수업 듣다 보면 팔에도 쥐가 난다. 아기띠를 어깨에 메고 있고, 나는 팔을 앞으로 하고 글씨를 써야 하고, 아이의 무게 때문에 어깨끈이 조여지면 팔이 저릿저릿했다. 팔을 움직여가며 풀어가며, 그 와중에 애는 깰까 걱정해 가며, 그래도 정말 정말 수업을 너무너무 잘 들었다.


두어 달 지나 어린이집에 막내까지 보내고는 정말 자유로웠다. 우리 선생님 수업은 자원(字源) 풀이 한자 수업이었는데, 우리가 예전에 그냥 달달 외우기만 하던 한자 공부가 아니라, 한자의 원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배우는 수업이었다. 한자 구성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아가며 공부를 하다 보니, 정말 쉽게 외워지고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되고 진짜 무슨 연구의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처럼 하루하루 깨우침의 연속이었다. 그때 배운 자원풀이 한자 수업을 기본으로 나는 지금까지도 계속 내 나름 책도 많이 찾아보고 연구하고, 수업에 쓰고, 전자책도 내고 블로그도 계속 쓰고 있다.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 선생님께 수업 들으며 아동한자지도사, 한자한문지도사 3급 자격증도 바로바로 취득했고, 명심보감 등 기초 한문 수업도 배우게 되었다. 사자소학, 추구, 명심보감 등은 처음 용인시청소년수련관에서 공부할 때도 봤었지만, 오랜만에 하니 또 새로운 공부였고, 이제는 낮에 아이들이 없으니, 내 마음껏 공부할 시간이 생겨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선생님도 나처럼 아이를 데리고 공부하러 다녔다 하셨다. 남편분이 아기가 너무 어릴 때 일찍 돌아가셨고, 선생님도 일을 해야 했으므로, 이런 공부를 하러 다니는데,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하셨다. 다행히 아이는 너무나 조용해서, 엄마가 공부하는 동안 교실 뒷자리에 돗자리 깔고 장난감 쥐어주면 혼자 조용히 어른들 수업을 듣기도 하고 혼자 놀기도 하고 그랬단다. 그래서 나의 이런 상황이 다 이해된다고 해주셨고, 수업 같이 들으시는 분들도 아이를 다 키워보신 분들이라 많이 이해해 주셨다.


나는 그렇게 한자, 한문 공부를 본격적으로 다시 하게 되었고, 용인에서는 조금씩 가르쳐 보던 걸, 2018년 2월에 경북 경산시로 이사 와서는 그해 여름부터 00평생학습관 한자교실에서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2025년 9월에는 작지만 한문교습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어른 대상으로만 하던 수업에서 확장해서 아이들과도 매일매일 재미있는 한자, 한문 학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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