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매일 노모를 씻어드리며 드는 생각은 여러 갈래로 나 있다.
내 몸띵이 씻는 것도 귀찮은데...... 하는 얍실한 갈래가 있고, 우리를 낳아 길러주시고 이 나라를 이 만큼 키우신 분들이야..... 하는 기특한 생각의 갈래도 있다.
나는 호마이카 책상을 쓰던 세대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수필이 생각나 검색해 보니 이어령의 <삶의 광택>이라는 글이었다. 오빠들의 호마이카 책상을 물려받아 쓰던 나는 어른들의 우려에 공감하지 못 했었다.
닦아서 광을 내야 하는 참나무 책상을 쓰던, 부모가 주신 터럭 한 올도 어쩌지 못 하던 조선시대 효자들은 노부모에게 오직 한 가지 마음이었을까?
그렇다 치고.
호마이카 책상을 쓰던 우리 세대는 제 운동화 빨아 신을 줄은 알았다. 하지만 자식에게는 운동화를 세탁소에 맡기거나 새로 사주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운동화 빠는 시간을 아껴 학원투어를 시켰다.
이 학원 세대는 학교를 오가며 길 가에 핀 들꽃의 향기를, 길 가에 앉아 개미집 구경하던 추억을, 구슬치기 공기놀이의 재미를 모를 것이다.
태어날 때 부터 있는 인터넷과 모바일에 손편지의 낭만과 기다림의 설레임을 모를 것이다.
운지법 신공에 문 앞에 밥이 배달되는 시절이라 밥 한 그릇 짓는데 드는 정성과 시간을 모르고, 친구 사이에 있어야 할 배려와 결속 대신에 경쟁을 배운다.
경쟁력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명문대를 차지하고 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고 핵심 구성원이 될 것이다.
청소노동자의 절규를 소음으로 여기는 명문대생의 모습은, 뒷 사람 못먹게 물잔을 쓰러뜨리는 어느 선두 마라토너의 모습과 겹쳐 진다.
우리 호마이카 세대가 연금 받을 시기 쯤 되면, 이 학원 세대는 과연 자신들이 치르는 고령 세대에 대한 비용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몹시도 우려가 되는지 노후준비에 눈불을 켜는 우리 호마이카 세대여.
우리가 던진 부메랑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