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졌는데
우회전 하려고 들어서던 세단이 흰금을 다 밟고 멈췄다.
반칙이다.
“야!!!!”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려던 할아버지의 호령이 호각소리처럼 쩌렁하다.
세단은 주뼛주뼛 차를 움직여 보지만
왼쪽에서 직진하는 차들에 가로 막힌다.
손수레를 끌고 건너려던 할머니는
횡단보도를 막아 선 세단을 향해,
“눈깔이 삐었나!!!! 운전을 이따우로 해?”
손가락 삿대를 맘껏 저어주었다
세상의 가생이로 떠밀린 어르신들이
젊은 것에게 큰 소리 칠 유일한 시간 20초.
5,4,3,2,1.......
녹색 성냥불이 꺼지고
일회용 호각도 삿대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