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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May 28. 2023

신념을 지키다 굶어죽은 이언세

이언세의 문벌은 높지만 성품이 강직하였다. 집이 가난하여 비바람을 가리지 못했고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했다.

보다 못한 이태중 대감이 이조판서 윤급에게 이언세를 위한 외방 수령자리를 청탁했다.

이조관리가 발령장을 가지고 가니, 이언세가 그의 상관 윤급에 대해 꾸짖었다.

그러자 이태중이 가서 해명했다.

"내가 윤급에게 부탁한 일이니 부임하게."

하니 이언세가 화를 냈다.

“내 영감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겼는데 옹졸하도다. 친구를 이리 대하는가?” <<계서야담>>


조선의 수많은 비리를 접하고 보니

가난하고 능력있는 벗에게 지방 작은 관직을 주선한 것이 이토록 화낼 일인가 의문이 들어 찾아보았다.


영조 20년(1744년)

사간원 정언 이언세친·인척등용, 매관매직, 언로차단 등에 대한 삼정승의 비리를 고발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 비리 내용을 보면,


영의정 김재로의 사촌 김성운은 재능이 없는데도 10년 동안 이름 있는 고을에 임명되고,

오촌 김후는 겨우 사람 모습을 갖춘 인사인데 수군절도사·병마절도사가 되었고,

함양에는 연달아 김씨들이 수령자리를 차지하고,

사촌 김익로는 일개 무부(武夫)로서 세력을 믿고 이익을 마구 추구하여 간악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벼슬에 오르고,

일개 무부 심기는 김재로 부인 심씨의 친척이어서 고을의 정리(政吏)를 가둔 채로 심기를 임명하였고,

지방관찰사 임용 논의에서 김재로는 송인의 친척 조영국을 추천하고,

송인명은 김재로의 조카 김치후를 추천하였다.

그래서 조영국은 전라도 관찰사가 되고 김치후는 경상도 관찰사가 되었다.


또 종질 이광천이 선전관에 임용되지 못하자 김재로는 영조에게 일러바쳤다.

"기존의 선전관들이 당파에 들어 신임 임명에 방해하는데, 이들은 임금이 아플 때 남산에서 활쏘기하고 술을 마신 무식한 무부들이라 책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영조는 대노하여 선전관 5인의 얼굴에 회(灰)를 바르고 두 손을 뒤로 묶어 조리돌림하고 효시하려 하였다. 이때 대왕 대비전에서 중지할 것을 권하여 유배형으로 바꾸었다.


이언세는 상소에 이 모든 내용을 적고,

"....... 정작 김재로는 의견이 다르면 어진 자도 배척하고 자기에게 붙으면 사악한 자도 임용하였고......

송인명은 간휼하고 조현명은 교활하다........."

라고 비판하고 영조에게도 ‘탕평’의 본지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 상소에 영조가 화를 냈다.

“금일에 비로소 진짜 소인배를 보았다. 대간이 아니면서 백의(白衣 - 선비인양)로서 이따위 말을 늘어놓으니 바로 당파의 소굴이다.”

영조는 이언세를 삭탈관직하라 명하고 귀양 보냈다. 그것도 날짜를 앞당겨 압송하게 했다.


 상소로

영의정 김재로는 금오문 밖에서 대죄하다가  도성 으로 나갔고,

좌의정 송인명은 정고(呈告 - 휴직신청)하였고,

우의정 조현명도 또한 상소를 올리고 도성을 나갔다.


그러자 영조가 승지를 보내어 삼정승을 달래고 돌아오라 하였다.

그리고 영조는

이언세를 변호하고 귀양을 취소하라고 청한 윤천을 추국하고 귀양 보냈다.

그리고 이언세와 윤광천을 추천했던 이조판서 민응수와 이조참의 윤급을 지방관으로 좌천시켰다.


상소 만으로 신하들을 귀양보냄으로써 영조는 '언로차단'을 증명했고, 

자기 편인 삼정승 편을 든 것으로 '탕평책의 본지를 잃은 것'을 증명했다.


대사헌 김유경이 이들을 구원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이듬해에야 이언세의 유배가 풀렸다.

그리고 폐고(廢錮 - 종신토록 관직이 막힘)되어 빈궁하게 되었던 것이다.

좌천 되었던 윤급은 4년 후인 영조 25년에 이조참판이 되었다.

이 즈음에 이태중이 지방관직을 주선 했던 모양이다.


인사비리를 비판했던 이언세가 지방관을 주선 받았으니 화를 낼 수밖에 .......



한성판윤 윤급이 가마를 타고 퇴근하다가 윤심형 대감을 만났다.

윤심형은 남루한 옷차림에 소를 탔다.

어찌 상경했냐 물으니

“미중(이언세)이 사흘째 굶고 있다기에 마침 환미가 들어와 이를 가져다주려고 왔네. <<계서야담>>


이언세는 폐고된지 10년 만에 죽었다.

향년 53세였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843128

목차

왕기 서린 도읍지 9

고려 의리남 최원도 16

김득배 사위 조운흘 18

조선에서 즉위년칭원법을 쓴 왕들 20

 『고려사』에는 왜? ‘금을 버린 형제’ 설화가 수록되었을까? 21

 조선 꿀팔자 개국공신의 후손 23

맹사성을 꾸짖은 박안신 26

조선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 32

대가 끊기고도 남아 있는 성삼문의 신주 34

우렁각시와 박팽년의 손자 38

명나라 사신들의 갑질 42

혼인 장사로 부귀를 누린 한확 48

대를 이은 절개, 정몽주의 자손들 50

삼막사 고양이와 새끼 호랑이 51

살생부가 된 문서들 54

연산군에게서 생과 사가 갈린 이들 62 

해먹을 결심 영남 3맹호 73

벗의 죽음을 슬퍼하다 죽은 윤결 76

보쌈 당해 죽을 뻔한 홍섬 78

은혜를 원수로 갚은 심정과 점사 홍계관(洪繼灌) 82

성현 외숙과 순흥 안씨 가문 86

안당 가문의 저주 90

남곤의 미움을 산 이들 93

불운의 끝판 공회빈 윤씨 97

조카를 무고하여 죽게 한 최세절 99

부친의 음덕으로 수명을 늘린 윤두수 101

의리의 폭탄 제거반, 이황과 김인후 103

다른 길을 걸은 형제들 107

명종 때의 척신 3흉 113

악인이 될 결심 115

정철 가문의 저주 123

명종의 지명 없이 왕이 된 선조 128

붕당의 시작, 김효원 대 심의겸 130

원사안의 경귀석과 삼척부사 김효원 132

저승에 가서 정혼자를 데려온 양세륜 136

인빈 김씨의 남자들 140

비판시를 짓다가 죽음을 당한 권필 145

꿈속의 낭군 정효준 146

용의 음덕을 입은 김육과 점사 홍계관(洪啓寬) 149

들쥐결혼 설화와 구수영의 후손 154

인조반정 타임라인 157

귀여운 적폐 능원군 168

시(詩) 망한 유몽인 171

염라왕 김치 173

한준겸과 귀신점호하는 친척 유심 180

귀신 불러내는 정백창과 고양이 원령이 씐 소용 조씨 185

반정동지에서 정적으로, 심기원 대 김자점 193

음덕으로 국구가 된 민유중 197

홍수의 변을 일으킨 다혈질의 명성왕후 200

여종의 몸에 씐 인평대군 부인의 혼령 206

무인의 몸에 씌인 김석주의 혼령 210

신념을 지키다 굶어 죽은 이언세 215

간을 적출당한 과부 아들의 저주 217

홍계희 가문의 비화 222

왕의 사위로 환생한 역관의 아들 224

김상용의 후손들 226

자식농사 망친 고관대작들 228

술 석 잔에 묶인 신하들 232

복불복 왕의 장인들 238

켕기면 옮기는 왕들의 거처 248

요절한 왕세자와 열등감 쩌는 왕들 254

조선시대 여성의 이름이란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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