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duité - 버티자

언어를 배우는 것, 그의 언어를 배우는 것.

by kurnau

Assiduité: 1. 직업적 의무나 책임이 요구하는 장소에 정확하고 꾸준히 출석하는 것. 2.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는 태도나 끈기. 출처: Trésor de la Langue Française


Assiduité라는 다소 어려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프랑스에 온 직 후, 걸음마를 떼듯 떠뜸떠뜸 발음 연습을 하던 때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왔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어학원에 등록 후 학생 비자를 신청해서 왔고, 이 학생비자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certificat d'assiduité - 소위 "성실 출석증명서"를 제출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어를 배운지 팔개월차 누구든지 겪게 되는, 단어는 다 알겠는데, 하나도 이해하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눈물의 시기가 있다. "성실 출석 증명서"는 학교만 잘 다녀오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학업부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듯하지만, 매일같이 불어를 못하는 본인의 무지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잔인하기 짝이없는 서류다. 프랑스에서의 첫 일년의 기억은 팝송이나 가요 하나 듣지 못한채 라디오 프랑스만 주구장창 들으며 한국인과 외국인에게는 한국말도 영어도 못하는 척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같이 창피해도 "오직불어"에 동조하던 한국친구들이 8년이 지난 오늘 잘 정착한 걸 보니 뿌듯하기 그지 없다.


눈물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문법을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더 어려운 단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난 손을 놓았다. 들리더라도 꿀벙어리로 지내던 시기가 꽤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의 첫 오년은 말그대로 갓난쟁이에서 옹아리, 떼쟁이, 잘난척하는 초딩, 사춘기의 모든 언어발달의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고통을 참고 한번 다시 태어났으니, 남들보다 조금 뒤쳐지더라도, 참고 살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은 (오늘은 남편이 된) 그이와의 싸움이다. 세상살이가 어려워지면서, (나와 비슷한 정체성이 없는 소일거리들을 하며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하는) 주변사람들과 자주 공감하는 말이, 버티면 이기는 거다! Just Show Up! 남편과 싸웠지만, 강아지를 산책 시키고, 빨래를 돌리고, 밥을 해서 바쳤다. 서러워도 버티면 언젠가는 뻥 뚫리기를 빈다. 아직은 가끔 삐꺽거리지만, 우리의 삶에 성실출석만 한다면 언젠가는 척이면 척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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