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by 연필향나무

가지고 있을 때는 당연시 여겨

뭘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해답이 있을 땐

해답이 있음에 안주한다.


모든 게 없어졌을 때

그제야 귀함을 깨닫는다.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다고 확신했던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모든 걸 깨달았을 때도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그 후회에는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서.

어떠한 한탄도

어떠한 후회도

할 수 없어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을 직면했을 땐

내가 너무나 싫었다.

뒤늦게 알았다는 거에

돌이킬 수 없음에

모든 게 싫었다.

이 막연함이 싫었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부재의 무거움을 알았다고 했지만

막상 그 앞에 마주했을 땐

말로만 안다고 했던 거였구나

이게 부재라는 거구나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난 어디로 가야 될까

어느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과연 돌아갈 집은 있을까

집으로 가면 아무도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서서

가만히 있을 순 없어서

언제까지나 그곳에 서있을 순 없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염없이 그곳에 서있는 걸

길을 잃고 방황하는 걸

그도 원하지 않을 테니


TO. ———

내가 울면 그도 울 거야.

내가 우는 것보다 더 많이 울 거야.

내가 우는 걸 원하지 않을 거야.

괜찮아 그는 언제나 보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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