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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Oct 06. 2021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힘든가요

"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라는 말까지 바라지 않았다. '미안하다'라는 그 말은 엄마의 입에서 평생 동안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엄마 죽기 전에 내가 들어보고 싶은 말이다. 언젠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돌아온 말은 다시 나에게 상처가 되게 만들었던 엄마. 결혼 준비할 때 엄마는 갱년기였는지 부모 자식 간에 도가 지나치는 말까지 하기 시작했다. "씨 O 년"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딸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했더니 오히려 "왜! 나는 내 입으로 그런 말도 하면 안되나아~ "로 대답하시던 분! 어떤 사람들은 욕받이 할머니한테 이런 말 들으면 속이 시원해지고 구수하고 좋아서 자주 가는 단골이 되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성격 나름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나는 왜 그리 듣고 싶었던 걸까. 나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계속 진물이 나와서 그런 걸까. 다시 용기 내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꺼낸 말에 돌아왔던 대답. "아~ 몰라~몰라~ 나는 기억 안 난다~".기어이 미안하다 한마디는 듣지 못했다.

나란 사람은 소리에 많이 민감하다. 고함을 자주 지르시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건 기본이었다. 그리고 더 이해가 안 됐던 건 두 분의 사랑놀이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한 배려라곤 1도 없던 분들이셨다. 내 방은 큰방 옆에다 미닫이 유리문으로 된 곳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실루엣이 다 보일 뿐만 아니라 온갖 소리는 나의 귀를 자극하면서 방음은 전혀 되지 않던 곳! 큰방 문이라고 닫고 서로 사랑을 나눌 시간이 없었나! 유리문은 방음 안된다는 걸 느끼지 못하셨나? 18년 동안 딸의 귀에 거슬리는 사랑놀이는 내가 시집가기 전 날까지 나를 잠에서 깨게 만들었다. 어릴 적 부터 듣던 소름끼치는 소리를 듣던 난 잠잘 때 조그만 소리에도 잠을 자주 깨버리니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할 수 없었다. 나의 새로운 아침을 위해서 잠을 잘 때 귀마개, 안대까지하고서야 깊이 잠들 수 있는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본인의 성격이 그러하셨나 보다. 말을 할 때 서슴럼 없이 내뱉었다. 내 딸이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이. 여태까지 살면서 엄마에게서 들었던 말은 내 심장에 칼로 꽂힌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타로카드 검 3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치료도 하면서 내 마음의 치유를 위해선가 보다. 빼도 빼도 끝도 없이 나오는 심장에 꽂힌 칼을 보니 글을 쓰면서도 놀랍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나오는 나의 무의식적에 묻혀 있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 역시 나에게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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