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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디 Oct 21. 2024

내 프로덕트가 실패할 수 밖에 없던 이유

6개월 동안 ‘월 매출 1000만원’을 내는 프로덕트를 만들라고?

6개월 동안 ‘월 매출 1000만원’을 내는 프로덕트를 만들라고?

현재 나는 팀스파르타의 스튜디오팀(신사업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팀스파르타는 ‘스파르타코딩클럽’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외주, 게임 등 다양한 신사업도 진행 중이다. 나는 그중 B2B SaaS 서비스를 만드는 스튜디오팀에 속해 있다.


스튜디오팀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빠르게 MVP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시장성을 검증한다. 

주니어 4명(PO 1명, 디자이너 1명, 개발자 2명)이 함께 프로덕트를 만들기 때문에 주니어였던 나도 큰 결정권을 가지고 준창업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짧은 기간동안 밀도 있는 성장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서비스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내 호기로움이 무색하게도 나는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패였다. 6개월을 돌아보며 느꼈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공유해본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유

내가 맡았던 프로덕트는 ‘팀, 그리고 전사 간 업무 공유를 돕는 서비스’였다.

우리 팀의 목표는 월 매출 1,000만 원을 달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보면 잘 몰라서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기도 하지만, 당시 나는 이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업무 공유와 관리는 어떤 조직이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나조차도 팀원 간 일정과 업무 관리 방식이 달라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을 체감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여러 조직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또 이 문제는 우리 회사가 공감하는 문제였다.

당시 팀스파르타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매일 아침 슬랙의 ‘#오늘 할일 공유’ 채널에 그날의 할 일과 우선순위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10분 이상 투자해야하는 일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업무 및 우선순위 공유의 중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를 보며 더욱 업무 공유 서비스의 필요성에 확신을 가졌고, 팀스파르타의 ‘오늘 할일 채널' 을 모티브로 첫 MVP가 탄생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11월부터 약 3개월간, 우리는 팀스파르타와 같은 IT 스타트업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빠르게 협업해야 하는 스타트업일수록 투명한 업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내 담당자들이 “이런 기능이 추가된다면 사내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업이 기꺼이 돈을 낼 만한 가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우리 팀은 주니어 4명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매주 1회 이상 새로운 기능을 배포했고, 무려 앱까지 만들어냈다. 기능이 적은 무료 MVP 서비스였음에도 불구하고, DAU(일일 활성 사용자) 200명 이상의 고객이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했다.

업데이트 노트
그리고 당시 우리팀 ..




모든 고객사 이탈

4개월 후, 꽤 그럴듯한 기능을 갖췄다고 생각했을 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했다. 하지만 곧 우리의 서비스 제작 프로세스가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유료 전환 후, 모든 고객사가 이탈했다. 급하게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객들은 “이미 노션이나 슬랙 같은 도구를 결제하고 있어서 또 다른 서비스에 돈을 쓰기는 어렵다”는 답을 들려주었다. 편하긴 했지만, 생존이 중요한 스타트업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서비스는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내 고객을 너무 몰랐다.



이후 처음부터 다시 검증하며 타겟을 변경했다. 다행히 마지막 한달차에는 자연 유입되어 결제까지 전환되는 고객사들이 생겼다.

as is
투명한 업무 공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IT 스타트업 

to be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노션을 사용하지 않는 중소기업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나는 내 프로덕트의 핵심 고객과 그들의 핵심니즈를 늦게 알았고, 결국 PMF를 찾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패 이유 한줄 요약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실패

비록 프로덕트 관점에서 보면 마지막 2개월은 사용자가 급감하는 시기였지만, '나의 성장' 관점에서 보면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실패한 덕분에 알게된 시장성 검증 인사이트를 적어본다.



1. 많은 사람 보다는 진짜 불편한 사람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그만큼 수익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데 집중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그룹의 피드백이 섞이면서 검증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나중에 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직관적이고 깔끔한 UI’와 ‘그룹 보기 기능’이 결제의 주요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점은 이 기능들이 이미 6개월 전부터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던 것들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타겟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단 하나의 기능만으로도 결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2. 효율적으로 검증하기

유입에 큰 허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료 전환’은 오히려 서비스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망망대해 같던 재검증기간에 우리는 결제 고객을 분석하여 새로운 타겟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서비스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검증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매출이 제1의 목표인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다면, 늦기 전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보자. 이는 '무료로 사용하는 고객의 n%가 유료로 전환될 것이다'와 같은 가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3. 딱 한 문장으로 서비스 정의하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잘 만들어진 서비스는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 서비스를 설명하는데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아직 핵심 고객과 그들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일 확률이 높다. 주기적으로 내 서비스를 한 줄로 정의해 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지금은 [CRM 자동화 마케팅 서비스:에픽]을 개선하고 있다.


스튜디오 팀에서 탄생한 B2B SaaS 서비스 중 하나인데, 한가지 다른 점은 이 서비스는 PMF(Product-Market Fit)를 찾았다는 것이다. (같은 팀이지만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내가 처음부터 만든 서비스는 아니지만, 다른 성숙도를 가진 에픽만의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올해가 가기 전 에픽 개선 후기로 찾아오는 것을 목표로 .. 레츠기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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