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간단한 '디자인 시스템'의 기준
디자인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 디자이너라면 꼭 마주하는 고민이 있다.
"내가 지금 만든 게 정말 '디자인 시스템'일까?"
막상 컴포넌트들을 정리했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레퍼런스로 보는 멋진 디자인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과연 어디까지 해야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디자인 시스템은 복잡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반복 작업을 줄이는 방법'이다.
같은 버튼을 매번 새로 만들고, 같은 문제를 계속 해결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다음에도 똑같이 만들 수 있도록 미리 기준을 정해 놓자!"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디자인 시스템의 시작이다.
작은 버튼 하나라도 명확하게 정의하고, 언제 어떻게 쓰는지 잘 적어 놓았다면 그 자체가 좋은 디자인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모든 회사가 동일한 범위의 디자인 시스템을 가질 필요는 없다. 디자인 시스템의 크기는 ‘제품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적절하다.
[제품의 상태와 추천 범위 예시]
> 초기 MVP 단계라면?
컬러, 타이포그래피, 버튼 등 가장 필수적인 요소 정리
> 제품이 성장하고 기능이 늘어나는 단계라면?
모달, 카드, 테이블 등 반복 사용되는 컴포넌트 정리
> 제품이 성숙하고 사용자 경험이 복잡한 단계라면?
플로우, 페이지 템플릿, 인터랙션 패턴 등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 정리
이처럼 조급해하지 말고, 반복 사용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부터 정리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적절한 범위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CRM 솔루션 ‘에픽’도 첫 MVP 출시 후 6개월까지는 폰트, 컬러, 버튼으로 정도로 구성된 아주 단촐한 시스템이었다. 유의미한 매출이 잡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패턴이 뚜렷하게 보이는 컴포넌트 위주로 조금씩 시스템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디자이너가 혼자 만든 것은 절대 디자인 시스템이 될 수 없다.
어떤 디자인 시스템이라도 개발팀이 실제 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버튼을 두 종류로 정했지만, 개발자는 기술적 이유로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기준이 합의되지 않으면 결국 혼란만 생긴다.
디자인 시스템은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만드는 것이며 처음부터 함께 기준을 정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처럼 함께 만든 기준이 있을 때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 컴포넌트 모음, UI Kit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지금 만든 게 디자인 시스템인가요? “라는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디자인 시스템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버튼 2~3개만 명확히 정리해도 훌륭하다. 중요한 것은 팀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 만든 것이 반복해서 쓰이고 있고, 팀원들이 그 기준을 잘 알고 있다면 이미 훌륭한 디자인 시스템이다.
이제 걱정 말고 당당히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