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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어에 대하여

by YT

아랍어의 확장성

아랍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설고, 생소하며, 배우기 가장 어려울 것 같은 언어로 보인다. 우스개 소리로 라면을 마구 부셔서 펼친 모양과 닮았다고도 한다. 하지만 아랍어는 중동과 아프리카, 또 상당수의 유럽 국가에서도(주로 이민자들에 의하여) 폭넓게 사용되는 언어로 UN에서 회의를 할 때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6대 언어 중 하나다. 아랍어는 셈어에 속한다. 셈어는 아랍어 외에도 유대인의 언어인 히브리어가 있다. 또, 아랍어와 히브리어의 모어(母語)인 ‘아람어’도 당연히 셈어다. 아람어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죽은 언어’이지만, 시리아의 기독교 도시 ‘마눌라’에 갔을 때, 나의 수완 좋은 가이드의 부탁으로 어린 소녀가 내게 ‘아람어 주기도문’을 낭송해 주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아랍어 단어는 3개의 알파벳을 가진 어근의 변형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아랍어 알파벳 ‘카, 타, 바’는 ‘쓰다’라는 뜻을 가지는 어근으로 동사인데, 여기에 장소를 의미한 ‘마’라는 알파벳이 앞에 붙으면 ‘막탑’으로 도서관이 되고, 우리가 [연금술사] 덕분에 많이 알고 있는 ‘마크툽’은 ‘쓰여진’이라는 완성태로, ‘운명’의 뜻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랍어를 공부할 때, 외국인이 일반적인 사전을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어떤 단어이든 어근(3개의 알파벳)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근 단어의 변형으로 주변의 단어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많은 아랍인들도 실제 사전 사용에 서툴다. 어쩌면 이것은 부수를 알고, 획수를 찾아가는 한자 옥편 사용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무튼 아랍어는 기본 어근을 기준으로 무수히 낱말을 만들어가는 생산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아랍어의 어근에 근거한 확장성은 고대부터 중계 무역을 그들의 주업으로 생활했던 아랍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중계무역은 동과 서의 다양한 사람들과 문물을 접할 기회를 만들었고, 새로운 것에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의 본질을 안다면 그들의 어근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에 용이했을지 모른다.

또, 아랍어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많은 문장이 동사 중심이라는 것이다. 아랍어 구문은 명사나 대명사로 시작하는 문장도 있지만, 동사로 시작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이는 문장의 주어와 목적어를 동사 안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동사의 변형만으로도 주어와 목적어가 구별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주어와 목적어를 서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랍어의 동사는 매우 다양하며 동사를 알면 모든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즉 아랍어는 동사에서 시작하여 동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아랍어는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과 사용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특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같은 셈어 계통이므로 유대인들은 아마 아랍어에 우리보다는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유사성은 생각하는 형태, 삶의 방식의 유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우랄 알타이 어족인 터키어를 쓰는 터키인들의 기질이 우리와 매우 유사함을 나는 자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가설이 근거가 있다면,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민족이다. 고대에 그들은 같은 공간을 공유했고, 같은 업종(상업과 무역)에서 협동하고 경쟁하는 아주 친밀한 관계였었다. 지금은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서로 이웃사촌으로 언어에서, 문화에서, 생활관습에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배우기 어려운 아랍어

아랍어로 된 신문이나, 책을 본 적이 있는지요? 신문과 책 속의 아랍어 문장은 모음 없이 자음만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랍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위해 모음 부호(맞다! 이것은 모음이 아니라 모음 부호다)가 찍힌 책이 있지만, 이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외국인의 학습 편의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원래 아랍어는 쓰일 때 자음만 표기된다.

아랍어의 모음은 부호로 표기되는데, 자음 위에 '조그만 선'을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그으면 ‘아’로 발음되고, 자음 아래에 그으면 ‘이’로 발음되며, 자음 위에 작은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묵음이 되고, 자음 위에 조그만 쉼표가 있으면 ‘우’로 발음된다. 그래서 아랍어 초보자는 모음 부호가 없으면, 이것을 ‘아’로 읽을지, ‘이’로 읽을지 알 수 없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모음 부호가 없어도 단어나 문장을 보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아랍어를 처음 배우는 초심자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랍어를 읽을 때는 어느 정도 문법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문법을 잘 알아도 읽기의 오류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요르단의 수도 ‘암만’과 아라비아반도 남쪽에 위치한 국가 ‘오만’은 아랍어 표기가 같다. 그래서 혼돈을 피하기 위하여 ‘오만’이라는 단어를 표기할 때는 항상 첫 알파벳 ‘아인’ 위에 모음 부호(쉼표 표시)를 항상 같이 표기하여 혼선을 방지한다. 오만이란 단어는 모음과 같이 붙어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이다. 즉, 같은 단어라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의 단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랍어다. 그래서 이슬람 경전 꾸란에는 항상 모음이 같이 표기된다. 꼭 모음 부호를 같이 표기하는 것은 읽기의 오류를 방지하고, 잘못된 해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경전의 잘못된 해석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랍어는 발음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아랍어가 어려운 이유에는 자음에도 그 원인이 있다. 아랍어 알파벳은 단어의 앞, 중간, 끝에 쓰일 때 형태가 달라진다. 같은 알파벳이라도 단어 속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아랍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도 시각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언어가 시각적인 것은 당연하지만 청각과 비교해 볼 때 아랍어는 다분히 시각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그래서 아랍어에는 조형미가 있고, 이런 조형미는 아랍의 서예로 발전하는 근간이 된다.

또, 내가 파악한 아랍어를 쉽게 배우기 어려운 이유 세 번째는 아랍어는 우리말과는 다른 특수한 소리(발음)를 지니고 있다. 아랍어를 제대로 발음하려면 목구멍을 괴롭혀야 한다. 그것은 특수한 후음이 6개(함자, 하, 크하, 아인, 가인, 까프)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각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사람만이 발음할 수 있는 몇 개의 발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영어에서 R과 l, P와 F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언어는 그들 고유의 인체 구조(특히 발성과 관련한)와 자연스러운 전승과 학습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른 언어권의 사람이 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니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비슷하게 흉내를 낼 뿐이며, 듣는 원어민의 참을성을 키우는 것이다


아랍어의 이중 체계

아랍어는 이중 체계를 가지고 있다. 아랍지역 공통의 표준어인 ‘후스하’와 우리의 방언에 해당하는 ‘암미야’로 나뉜다. 아랍권에서 이 둘의 차이는 매우 커서 아주 다른 언어처럼 들린다. 아랍어는 어쩌면 다양한 억양의 변주를 가진 영어보다 더 내적 차이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아랍권에서 표준적인 아랍어라고 한다면 요르단과 레바논의 아랍어를 가리키는데, 이들의 아랍어와 북부 아프리카(모로코, 튀니지, 알제리)의 아랍어와는 매우 차이가 크고, 아라비아 반도의 아랍어와도 다소 다르다. 이 다름은 억양뿐 아니라, 사용하는 단어 자체도 다른 경우가 많다. 사우디 사람들은 같은 아랍어를 구사함에게도 특히 북부 아프리카 사람들과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이것은 어쩌면 아랍어의 사용 형태를 볼 때, 당연한 귀결 일 것이다. 아랍 지역은 매우 넓고 다양한 민족을 포함한다. 매우 다른 이질적인 문화가 같은 종교와 경전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암미야의 발생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뉴스, 교육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식 아랍 문건과 대화는 후스하로 이루어진다. 아랍인들은 후스하를 교육받고, 후스하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암미야를 사용한다. 후스하는 문어체이고, 공식적으로 격식을 차리는 곳에서 쓰이며, 옛날 말처럼 들리기 때문에 젊은 아랍인들의 현대적인 감각과 생각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 생활에서 편하게 말할 수 있고, 동시대의 현대적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암미야는 오늘날 여러 지역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내가 직원들 앞에서 가끔 후스하로 몇 마디 말하면 매우 신기하게 보고, 재미있어한다. 아마 외국인이 우리들에게 조선시대 말로 얘기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을 것이다.

후스하의 존재는 종교적인 영향 때문이다. 꾸란이 정통 아랍어로 정리되었고, 신의 언어인 아랍어의 번역은 억제되었다. 만약 꾸란이 다양한 언어로 집대성되고, 이슬람 초기 번역이 좀 더 활발히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후스하는 진작 고어가 되었을 것이고,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스하는 지금도 교육의 언어로, 뉴스를 위한 언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PAN ARAB 채널(mbc, LBC 등)이라고 불리는 현대 아랍 방송 채널은 대부분 후스하로 방송이 이루어지는데 다양한 아랍족들을 같은 언어와 문화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연결고리는 계속 약화될 것이고, 어느 순간 이슬람 세계를 묶어 두었던 후스하의 고리는 끊어질지 모른다.


아랍어와 꾸란

아랍어의 기원, 특히 글의 기원은 지금까지 증명된 금성문을 볼 때 약 BC 5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랍어는 무함마드 사후 꾸란 속에 체계적으로 집성된 이후 현재까지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꾸란은 아랍어 표현과 문법의 기준이 된다. 확고부동한 꾸란의 권위는 역설적으로 다양한 방언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언어는 시간의 흐름과 같이 변화한다. 특히, 사람들의 실제 사용을 사후에 체계화한다는 측면에서 한 언어의 ‘문법 체계’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찍이 아랍어는 종교의 권위가 덧붙여지면서, 그 자연스러운 문법 체계의 변화가 다소 억눌렸다고 할 수 있다. 아랍어가 이슬람의 언어가 되면서 아랍어의 권위도 올라가고, 신이 사용하는 신의 언어로 인식되었다. 요즘에는 꾸란의 타 언어 번역이 많지만, 이슬람 초창기에 ‘아랍어 꾸란’의 번역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문어체 아라빅(후스하)은 7세기의 단순한 문법 체계를 지니고 있다. 내가 처음 아랍어를 배울 때, 표준 아랍어의 문법 체계는 매우 Systematic 하여 마치 수학 공식을 푸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원형 동사를 명령형으로 만드는 과정은 로봇을 조정하는 듯한 느낌이 있고, 원형 동사에서 몇 형 동사 만들기, 2인칭 미완료형으로 변환하기, 미완료 단축형으로 바꾸기, 인칭을 표시하는 알파벳을 탈락시키기, 정말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마치 자동차가 조립되어 나오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체계적이며, 단순한 문법 구조는 쉽게(?) 배울 수 있고, 또 명확해서 의미의 혼선이 적은 장점도 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삶의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담아내기에는 부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언어가 종교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꾸란의 권위에 저항하지 않고, 그들만의 자유를 위해’ 암미야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번성한 것은 아닐까? 꾸란의 권위만큼 표준 아랍어의 권위는 무슬림에게 매우 지배적 이므로 해석의 다양성은 내 생각에 암미야의 발생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랍어와 스와힐리어

아프리카 동부 해안 지역은 지역적인 근접성으로 인하여 역사적으로 아랍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다. 케냐 동부 해안의 대도시 뭄바사는 무슬림의 비중이 매우 높고, 아랍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과 소박한 모스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케냐의 ‘라무’는 이슬람 전통 양식의 건물이 즐비한 온전히 아랍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 아라비아반도 남쪽 오만의 아랍상인들이 동부 아프리카에 많이 진출하면서 그들과 현지인과의 혼혈인 스와힐리들이 번성하게 되었고,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아랍어가 현지어인 반투어와 결합하면서, 현재 케냐와 탄자니아의 중요 언어인 스와힐리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와힐리어에는 익숙한 아랍어 단어들이 많다.

과거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실제 들었고, 이야기 나누었던 스와힐리어의 아랍 단어를 여기에 소개해 보자. 스와힐리어의 숫자 6(싯타), 7((사브아), 9(티스아)는 아랍어 숫자와 발음이 완전히 같다. 그리고 바리디(cold), 사마키(fish), 슈크란(thanks), 차이(TEA), 사파리 살라마(have a nice trip) 같은 단어와 문장은 아랍어와 완전히 같다. 그리고, 내가 느낀 아랍어와 비교하여 스와힐리어 단어 만의 특징은 스와힐리어 단어의 많은 것들이 “이”발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싸막(아랍어) → 싸마키, 바리드(아랍어) → 바리디, 사파르(아랍어) → 사피리 가 그러한 예이다. 그리고 아랍어의 깔람(Pen)은 스와힐리로 ‘깔라무’라 하고, 시장을 의미하는 아랍어 수끄는 케냐에서 매우 귀엽게도 ‘소꼬’라고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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