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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와 한국어의 몇 가지 유사한 특징

터키어에 대하여

by YT

터키어와 한국어는 같은 우랄 알타이 어족으로 문장의 구조, 문법 체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터키어를 배우려면 ‘터키어 ↔ 한국어’로 배우는 것이, ‘터키어 ↔ 영어’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일단 문장의 순서가 주어+목적어+술어의 형식으로 우리네 순서와 똑같다. 영어에서는 ‘No problem’이지만 터키어에서는 우리와 같이 ‘프라블렘 욕(문제없어요)’이 된다. 어순의 기본 구조가 우리와 유사하다.

또 조사의 변형이 우리와 같다. 터키어를 배우면서 단어를 알아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조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은는이가’를 구분 못하는 외국인들을 자주 보는 것처럼, 터키 말에서 조사를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존댓말이 있는 것이 우리와 닮았다. You 복수형이 보통 존댓말이라, 우리보다 훨씬 쉽지만, 아무튼 전 세계 언어에서 존댓말이 있는 언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리고 터키어는 우리처럼 서양 언어에 주로 있는 단어의 性이 없다. 독일어와 아랍어를 배우면서 性을 따로 알아야 하고, 그 성에 따라 관사가 바뀌는 것을 경험한 나로서는 성이 없다는 것은 정말 편하게 다가온다. 또 우리말과 비슷한 것 중 하나는 금액 뒤에 ‘~lik’ (륵)이라고 붙이면, 이것은 우리의 접미사 ‘~어치’와 완전히 같은 개념이다. ‘100리라어치 딸기 주세요’는 ‘유즈리라륵 칠렉 이스티요름’이다. 터키에도 100원어치, 천 원어치 이런 표현이 있다.

그리고 터키의 모든 동사는 부정을 쉽게 만드는데, 우리말에서 부정을 만들기 위해 동사 앞에 ‘안~’을 붙이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보통 ‘안 먹었어요’,’안 했어요’처럼 앞에 붙이지만, 터키는 단어의 중간(끝)에 mi(e) 등을 넣어서 표현한다. 영어에서는 동사와는 별개 단어로 동사 앞에 not을 붙이지만, 한글과 터키어는 동사 속에 넣는데, 우리는 앞에, 터키어는 중간(끝)에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언어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은 생각의 구조와 표현의 방식이 유사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생각의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은 기질 면에서 서로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어디든 비슷한 사람을 보지만, 터키에서만큼,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질의 사람들을 만난 적은 별로 없다. 언어는 사람들의 기질을 결정하는지 모른다.


문자계의 신생아, 터키어 - 현대 터키 문자는 그리 오래된 문자가 아니다. 1928년에 만들어진 100년이 채 안된, 나이로 따지면 전 세계 수많은 문자 중에서도 ‘신생아’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럼 과거 터키 민족은 어떤 문자를 사용했을까? 현대 터키 민족의 조상인 투르크족에게는, 돌궐 제국 시기 그들만의 문자가 있었다는 것이 고대 비문을 통해 확인되었다. 하지만 원래 이동하던 민족이다 보니, 타민족과 섞이면서 돌궐의 문자는 빨리 잊혀졌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 시대에는 아랍 문자를 이용하여 그들의 말을 표현하였다. 과거 우리 신라시대 설총이 만든 한자를 음차 하여 표현한 이두가 이와 비슷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의 모든 고문서는 아랍어 문자로 되어있다.

이렇게 어려운 아랍어 문자를 사용하다 보니, 20세기 초반 터키인들의 문맹률은 매우 높았다. 그래서 터키의 국부, 아타투르크는 과감한 결정을 한다. 문자 개혁! 터키를 식민지의 위기에서 구하고, 모든 터키인들을 단합시키고, 과거의 고루한 오스만 제국에 대한 치열한 반성으로 그는 세속주의를 채택하고, 서양의 알파벳을 과감하게 도입하여 현대의 터키어를 만들었다.

터키의 국부 아타투르크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서양의 군대를 터키 땅에서 몰아낸, 터키의 이순신 장군이고, ‘어린이가 미래다’라는 기치로, 어린이 날을 제정한 터키의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고, '터키어가 아랍어와 사맛디 아니함을 익히 알고, 터키 민족을 불쌍히 여겨 터키 문자를 맹근' 터키의 세종대왕님이다. 나는 아타투르크를 좋아하지 않는 터키인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는 진짜 터키인들의 아버지, 글자 그대로 아타투르크다.

현대 터키 문자는 외관상 ‘우물라우트’가 있어 독일어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점이 없는 i’(묵음으로 ‘으’라고 발음한다), ‘꼬리 달린 C’(ㅊ 발음), ‘꼬리 달린 S’(sh 발음), ‘모자 쓴 g’(‘으’ 발음) 등 터키 문자만 가지고 있는 고유 알파벳도 있다. 한때 터키에는 자식 이름을 지을 때, 터키 문자에만 있는 알파벳을 적어도 하나씩 넣어 이름을 짓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훨씬 쉬워진 터키 문자 덕분에 터키인들의 문맹률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편리해진 문자로 보다 적극적으로 서구화(세속주의)를 끌고 갈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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