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by YT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 당연한 말이다. 민족적으로 아랍은 아랍족이고, 이란은 독일 민족과 같은 아리안 족에 속한다. 엄연히 다른 민족이지만, 지역적 근접성(중동)과 종교(이슬람)의 유사함으로 인해 이란은 늘 ‘중동-이슬람-아랍’의 트라이앵글에 편입되어 취급되었다. 더욱이 많은 기업에서 중동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때면, 이란의 ‘다름’은 자주 무시되기 일쑤다. 아래는 2003년 아케메네이드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여행할 때 ‘이란의 다름’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깨달은 결과다.


왜 Miss 골리는 자꾸 ‘이란은 아랍과 다르다’고 주장하는가? 나는 오늘 이 화두를 들고 페르세폴리스를 다시 찾았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유적들 속에서 ‘다름’의 본질을 찾고 싶었다. 아랍에서는 볼 수 없는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한 수많은 그림들, 화려한 푸른색 타일의 모스크, 이맘의 형제들 조차 숭배와 구복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종교적인 격정과 생각들, 과연 이런 ‘다름’을 불러일으키는 본질적인 것이 과거 페르시아 유적 속에 있을까 기대하며 페르세폴리스를 다시 찾았다. 분류된 영어 안내문을 읽어가며 찬찬히 살펴본 페르세폴리스의 유적은 처음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을 벋어 나지 못했다. 한참 동안 자갈밭을 누비고, 부조들을 둘러보다가 언뜻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마치 내가 부처님 손바닥에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페르세폴리스의 존재 자체가 ‘다름’의 본질이다. 이란과 이웃 아랍국을 구분하는 본질은 어떤 추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이란인, 페르시아인들의 ‘역사’인 것이다. 이란만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페르시아적인 요소들을 전승해왔기에 이란은 ‘이슬람-아랍-중동’에 포함시킬 수 없는 것이다. 아케메네이드, 사산, 사파비, 잔드, 까자르 어쩌면 팔레비 왕조 역시, 페르시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페르시아의 역사가 정부형태가 ‘이슬람 공화국’으로 되었다고 해서 페르시아적인 요소들이 결코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 로마의 것보다 더 화려한 석주와 장식을 보며 또 조로아스터교에 대한 지배적인 숭상을 보며, 왕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왕권이 매우 강력했던 곳, 왕은 거의 그들에게 신앙이었다)를 보며 페르시아의 역사는 정열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12 이맘과 형제들에 대한 열정적인 숭배가 있으며 아름답고 화려한 거울 양식이 만들어질 수 있고, 화려한 푸른색 타일이 있는 것 같다.


티켓팅 하는 곳에서부터 페르세폴리스 입구까지 시골 마을 부녀회에서 단체관광 온듯한 아줌마 그룹으로부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받았다. 이곳은 유난히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 보인다. 학생 그룹, 아저씨 그룹, 아줌마 그룹 등, 우리의 오죽헌처럼 수학여행과 관광의 필수코스처럼 보인다.

파사르가드에서 쉬라즈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작은 길로 좌회전해서 조금만 들어가면 이란이 자랑하는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이드 왕조의 궁궐 페르세폴리스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곳은 이란 내 다른 유적들과는 달리 정성 들여 보존하고 가꾸는 이란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껏 멋스럽게 나무로 지어진 매점과 관리사무소, 기도 공간, 서점, 자동차 천대 정도는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잘 정비된 소나무들과 고속도로처럼 일자로 쭉 뻗은 진입로 등.

페르세폴리스의 첫 느낌은 그동안 보아온 로마 유적이나, 페트라, 고대 레바논의 유적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각종 조각과 부조, 상단 부분이 화려하게 조각된 거대한 석주들은 어쩌면 로마나 페트라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고,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로마보다 훨씬 앞선 페르세폴리스는 돌을 쌓아 올린 유적이지만 이 쌓아 올림에 페트라의 방식(깎아냄)을 더하고 있다. 로마와 페트라의 유적은 페르세폴리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페르세폴리스의 백미는 그리 깊지 않게 조각되어 궁궐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조들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상징에서부터, 아케메네이드 왕들과 신하와 시종, 군사들, 말의 엉덩이를 물어뜯는 사자, 괴물과 싸우는 사람, 조공을 바치는 이방인들, 반인반마의 조각들, 정말 만들 수 있는 공간과 벽마다 아름답고, 섬세한 부조들로 꽉 차있다.

페르세폴리스의 거의 모든 벽면은 부조로 장식되어 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것은 웅크리고 있는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독수리(호마라고 함, 이란 에어와 호마 호텔의 상징으로 사용), 개, 말, 사자 같은 거대한 조각이다. 이것들은 마치 우리네 아이들 놀이터에 설치되어 있는 스프링 놀이기구와 비슷하다.(스프링이 밑에 있어 위에 타고 위아래로 튕기며 노는) 이것들의 조각 역시 매우 섬세하다.

이란 에어와 호마호텔의 상징이기도 한 호마 조각

세 번째는 조로아스터교의 상징들이다. 거대한 게이트(세계의 문)에 깊은 부조로 새겨진 반인반마, 각종 날개 달린 동물들, 우리의 항공 점퍼에 새겨진 무늬와 비슷한 ‘아후라 마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조로아스터교라는 종교적인 배경에서 만들어진 이 종교적인 상징들은 매우 이국적이며 신비감을 자아낸다.

페르세폴리스의 조로아스터교 상징




이란의 모스크는 매우 특별한 것이 있다. 테헤란 남부 곰(GOM)에 있는 ‘하즈라트 마아수메’의 관이 있는 모스크, 8대 이맘 레자의 관이 있는 성지 마샤드의 하람, 이맘 레자의 형제 샤 체라프의 관이 있는 쉬라즈의 모스크 등(그 외에도 많다), 모든 유명 모스크의 내부는 수없이 많은 조그만 거울 조각으로 꾸며져 있다. 조그만 거울 조각을 이용하여 모든 벽과 천정을 장식하는데, 꽃 모양도 있고, 이슬람 전통 무늬 모양도 있다. 특히 이란 내 최고의 성지로 꼽히는 마샤드의 이맘 레자의 관이 있는 별도 모스크의 내부는, 그 엄청나게 큰 공간이 모두 조그만 거울들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돔 천장까지 거울로 치장되어 있다. 이란에서 내가 처음 거울 장식을 본 것은 테헤란의 팔레비 궁에 있는 'GREEN PALACE'에서였는데, 당시엔 망한 팔레비 왕조의 사치를 나타내는 정도로만 이해했었는데, 이란의 오래된 궁전과 중요한 모스크들, 심지어 이스파한에서 내가 묵었던 압바시 호텔의 로비에서 조차 이 거울 데코레이션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지배적인 현상으로 볼 때 내부를 거울로 장식하는 것은 이란만의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 양식으로 여겨진다. 거울로 장식된 내부 공간은 각각의 거울들이 서로를 반사되기 때문에 굉장히 밝으며, 마치 얇은 사탕 집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며, 그 안에서는 도저히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두 번째는 관광지의 기념품 속 그림들에서 이란만의 ‘다름’을 볼 수 있다. 이란의 관광지 기념품 상점에선 남녀의 사랑과 술을 주제로 한 그림과 조각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여기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대부분은 관능적이다. 이란의 대표적인 관광객용 그림은 '술을 따르는 여인과 술잔을 들고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란 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있다) 이런 그림은 도저히 '중동-이슬람-아랍'의 트라이앵글 속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세 번째로 이란의 이슬람, 시아파의 종교생활은 구복과 격정이 버무려져 있어서, 같은 알라를 믿고 똑같이 선지자 무함마드를 숭배하지만, 아랍의 종교생활과는 매우 다르다. 특히 열두 이맘에 대한 숭배는 열정을 넘어, 구복(求福)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맘 레자의 관을 덮고 있는 사람 키보다 높게 쌓여있는 지폐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또 공공장소와 개인 상점에 붙어 있는 얼굴에 난 칼자국에 피가 흥건한 이맘 후세인의 초상화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 수많은 이란인들에게 성지 순례의 대상이 되는 모스크마다 모셔진 이맘의 형제와 누이의 관과 그곳에도 역시 수북이 쌓여 있는 지폐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호메이니 조차 이맘으로 불려지며(싫어하는 이도 많음) 호메이니 관에도 수북이 쌓여 있는 지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믿음에 대한 아란만의 격정이고, 열망이다.

마지막으로 이란에서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여성의 사회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아랍 여성들의 ‘아바야’에 해당하는 이란의 ‘차도르’를 입고 있지만, 이란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정부와 기업 등에서 일을 한다. 이란에서는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는 여성도 있다.

이렇게 이란의 다름은 '중동-아랍-이슬람'이라는 패러다임에서 결코 같은 묶음으로 치부될 수 없다. 이란을 이란으로 이해해야 하는 근거는 페르시아에 있고, 이 페르시아적인 전승은 비록 7세기 그들의 조상이 이슬람을 받아들였지만, 대대손손 이란인의 뼈를 타고 전승되어 내려온 것이다.

keyword
이전 11화거북이 조련사와 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