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간이다. 이번에 다른 관점에서의 시간과 기억의 문제다. 터키에서 만 6년을 살았다는 것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사우디에서의 최근 두 달의 기억이 너무 밝아서 그 너머의 과거는 벌써 칠흑같은 어둠의 기억 속으로 떨어졌다. 시간은 마치 드래곤 볼에서 에너지 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는 끝부분은 둥그런 형태로 굉장히 밝지만, 에너지가 지나간 자리는, 파동의 속도만큼이나 빨리 어둠 속에 묻혀버리는, 만화 속의 장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선명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소 과거의 기억은 마치 숯불처럼 입으로 바람을 불어줘야 선명함을 다시 내게 되는 것 같다. 6년의 삶이 갑자기 몸에 맞지 않는 듯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것을 공항에 내리자 마자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