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키아는 해바라기 오일의 생산지다. 처음 터키에 와서 받은 해바라기에 대한 강한 인상은 나의 초창기 일기에도 수 차례 등장할 정도로 감상을 자극했던 소재가 되었다. 특히 해바라기의 모습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추되는 사람, 특히 여자와 닮은 일생은 나의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했다.
이스탄불 북쪽의 소도시, ‘테키리다으’에 다녀왔다. 그곳 리만 공원에서 스테인리스와 페인트로 만들어진 해바라기 군락 조형물을 만났다. 그것은 마치 영원한 생명을 찾아 기계가 되고자 했던, 은하철도 999의 영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정말이지 내 해바라기 상상의 미래, 암울한 종말을 본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해바라기에 대한 감상이 SF 버전으로 확대된 느낌이었다. 기계가 되어버린 늙지 않는 아름다운 소녀…., 소녀는 이제 수줍어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햇볕을 맞서고, 더 이상 해만 바라보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덕분에 해바라기 소녀는 이제 페미니스트가 되었는지 모른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해바라기 이파리는 햇빛에 서늘한 빛을 번뜩이고, 노랑 페인트로 칠해진 해바라기 꽃은 계란의 노른자보다 샛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