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은 1851년 작품이고, [분노의 포도]는 1939년 작이다. 88년의 시간을 둔 두 소설의 형식적 공통점은 중심 서사의 사이사이에 중간장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두 세대 이상 차이나는 두 소설의 형식적 유사성을 유행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중간장은 소설을 끌고 가는 중심 서사의 CONTEXT 보완을 넘어, 서사의 아우라를 풍부하게 만든다. 만약 중간장이 없다면 두 작품은 매우 건조하여, 오늘의 유명세에 이르지 못하고 진작에 먼지로 바스러졌을 것이다.
[모비딕]의 중간장들은 매우 담백하다. 고래의 종류와 생태에 대한 묘사는 ‘고래학’을 방불케 하고, 고래잡이에 대한 묘사는 마치 ‘실전 포경 지침서’ 같은 인상을 준다. 독자는 이 중간장들을 읽어가며 좀 더 [모비딕]의 중심 서사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고, 서사 속에 숨어있는 감정과 감동을 더욱 증폭해 갈 수 있다. 이에 반해 [분노의 포도]에서의 중간장은 이야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작가의 생각과 신념을 담고 있다. 즉, 존 스타인벡은 허먼 멜빌 보다 좀 더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형태로 중간장을 활용하고 있다. [분노의 포도]에 가해지는 비판 중 하나인, 이념의 선전물 같은 인상은 이 중간장들에 기인한다. (특히 14장과 19장)
많이 OLD FASHION이긴 하지만, 중심 이야기와 작가의 생각을 분리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주장을 좀 더 편안하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나의 외줄이 이리저리 꼬여 복선의 공간을 만들고 작가의 주장을 담는 잘 짜인 구조도 아름답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줄이 서로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고, 공명하며 울리는 두 줄 구조 역시 아름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