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는 개인의 불가침의 생각과 신념의 표현이라는 면에서 소중한 것이고, ‘너도 하나, 나도 하나’라는 분배의 평등에서 발생한 표현이다. 이것은 현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누구나 동의하는 절대 가치다. 하지만 이 표현은 소유의 토양 위에 세워진 개념이기도 하다. 또 다른 흔히 사용하는 관용구, ‘나의 소중한 한 표’라고 표현될 때, 이 표현의 소유성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한 표’는 나의 신념의 표현이고, 그 신념은 타인에 의하여 침범받지 말아야 하기에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신념은, ‘나의 소중한 한 표’는 현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원칙인 자유와 비밀주의에 의하여 보장받는다.
친한 친구들의 모임에서 ‘정치적인 견해’의 피력은 서로의 꺼려함 때문에, 친한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자제되는 경우가 많다. 온전히 그의 소유인 신념과 실천인 ‘한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신념조차 소유의 장으로 던져 넣었고, 그것은 각종 자유와 비밀주의에 의해 보장되었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한 표’ 같은 관용구가 생겨난 것이다. 절대진리처럼 느껴지는 이 표현은 알게 모르게 굉장히 정치적인 꼼수와 의도를 가진다.
신념이 소유의 場에 머물 때, 그것은 외골수가 된다. 태생과 성장이 의심스러운(나의 앞선 글 ‘신념’에서도 밝혔듯) 신념은 이제 공유의 場으로 나와야 한다. 개인의 신념은 타인의 신념과 접촉할 때 말랑말랑해지고, 진정 소중한 것이 된다. 공유의 장에서 담금질된 ‘한 표’는 낱개로 파편화되지 않고 연대(連帶)의 가능성으로 뭉쳐질 수 있다. 연대할 때, ‘소중한 한 표’는 진정한 변혁의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