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 떨고 있어”
도무지 그가 쓸 것 같지 않은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그 자신도 흠칫 당황했다. 조금 전, 그는 ‘EVery’(Electronic Vehicle과 every의 합성어)를 타이핑하고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뒤쪽 따옴표를 찍을 때마다 대분자 V를 소문자로 바꿔, ‘Every’를 만들었다. 빈 공간을 띄우고 다시 v를 대문자로 바꾸고 커서를 빈 공간에 찍은 다음에야 원하는 ‘EVery’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간단한 합성어 타이핑 후, 그는 이 문장을 뱉었다.
일상에서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에게는 쓸 수 없는 단어, 심지어 자신이나 타인의 애완견에게 조차 쓰기 어렵게 된 ‘건방 떨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이것은 컴퓨터를 향한 것이었고, 맞춤법 교정 프로그램에 가해지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사람의 공감 능력은 더욱 확장될 것이고, 곧 기계에도 미칠 것이다. 이제 어디에도 쓸 수 없게 된 ‘건방 떨다’는 사라질 것이다. 그가 오늘 내뱉은 이 단어는 그의 생에서 마지막 ‘건방 떨다’ 일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