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T Apr 22. 2024

[오향거리] 찬쉐

중심을 향해 회오리치며 말려드는 변죽의 울림이 독서를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혼란을 주지만 소설은 의외로 간단한 구조를 가진다. ‘낯선 에너지가 오향거리에 떨어지고, 그 에너지에 대한 관점과 접촉의 경험이 개별적으로 서술되며 어지럽게 펼쳐지지만 결국 에너지는 오향거리의 체계 속에 포섭되어 미래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중심 소재인 ‘성적 매력’은 X여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인데, 소설의 초반 ‘마귀 같은 지배력’으로 오향거리를 덮친다. 그리고 Q와의 간통이라는 사건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인지된다.  X여사는 이 에너지를 ‘답답함 해소 모임’과 거울과 현미경을 통해 생산/증폭시키는데 이것은 일종의 ‘자아 성찰, 주체성의 확립’을 포함하며 ‘참선’과 비슷하다. 소설에서는 ‘미신 활동’으로 폄하되어 취급되지만 ‘답답함 해소 활동’은 사회의 중추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창조 활동이라 할만하다. 이런 측면에서 소설 속 필자는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 X를 자신과 같은 천재, 예술가의 경지로 끌어올려 경외하게 된다.

소설 중반까지 에너지(성적 매력)는 오향거리의 구성원들에게 소유의 개념으로, 일종의 힘(지배력)으로 받아들여진다. X가 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성적 매력(에너지)은 전통적 관습의 오향거리에 파문을 만든다. 이렇게 ‘성적 매력’은 일종의 사회 헤게모니 다툼의 대상이 되면서, 정면으로 대항하는 ‘진할멈’의 의지가 재미있게 표현되고, 기존의 가치관으로 에너지의 폭발성을 무력화시키는 ‘과부’의 관점 전환의 노력이 있다.

에너지의 헤게모니가 구성원 간 중요한 문제이고, 에너지가 창조와 연관되는 것이라면 이제야 소설의 주인공 같은 필자(속기사로 비하하여 불리기도 한다.)의 존재가 이해될 수 있다. 찬쉐가 긍정하는 세상은 창조성이 긍정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창조성은 -‘환상이나 영원한 안개, 구름만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흥미를 일으킨다는 사실이다.’(239 페이지 중간) - 환상에 의하여 더욱 추동된다. 소설에서 말하는 ‘천재’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이미 말한 대로 X여사 같은 창조를 만드는 사람들이고, 다른 천재는 기존의 체계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의 틀을 만들어가는 A, 과부, 필자 같은 사람이다. 이들은 주변과 사건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통찰로 에너지를 사회 속으로 역사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어둠의 회의’를 주도하는 A는 통찰력이 탁월한 강한 신념의 리더이다.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과부는 탄탄한 자기 논리와 명확한 실천을 담보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기록하는 필자는 기존 관념에 대한 분명한 견지와 새로운 현상에 대한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오향거리의 군중은 X여사를 그들의 대표로 추대하고, X의 공중제비(창조성)에 환호하고 남편과 Q가 떠난 거리에서 P와 X의 새로운 관계(성적관계)가 다시 한번 오향거리의 에너지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제는 하산한) 그녀가 주는 은혜 – 신청서를 내는 것 – 에 감동한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 그녀가 A와 같은 현재의 위치를 점유하기보다는 오향거리의 미래에 나올 지도자 – 그래서 필자는 그녀를 ‘미래파’라 지칭한다. – 로 표현하고 있다. 이제 오향거리는 그동안의 혼란을 넘어 X와 같이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성적 매력은 사회를 운영하는 꿈틀대는 에너지, 천재성이 되고, 결국 기존 사회에 포섭됨으로써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해설을 위한 참고 자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외 니체의 몇몇 저작,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영화 [말레나],

경국지색 ‘서시’에 대한 서술,

‘문화 대혁명’ 관련 다큐멘터리

작가의 이전글 예를 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