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서 단체 사진 촬영하고 가겠습니다. 우리같이 카메라보고 파이팅 한번 외쳐볼까요?”
활동을 마칠 때쯤, 회사 자원봉사 담당은 이렇게 말하며 행사를 정리했다. 봉사 활동과 시간을 증명하기 위한 증빙 때문이다. 이 사진은 활동비 지원의 근거가 되고, 연말 그녀와 그녀의 부서에는 목표 달성을 소구 하는 실적자료가 될 것이다.
측정 가능성, 정량적 목표설정, 증빙 및 평가 같은 기업의 용어들이 봉사활동을 딱딱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사진을 찍을 때 밀려오던 씁쓸함과 창피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을 넘어 구조로 넘어온 모든 것은 경화된다. 창조가 상품이되 듯, 의지는 쪼개지고, 측정 가능한 것이 되어 평가된다. 이렇게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의지는 당황스러움과 씁쓸함으로 굳어진 채 거대한 구조의 부품으로 전락한다. 나의 좋은 의도는 이제 구조의 어두컴컴한 엔진룸에서 시큼한 기름으로 산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