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쉐 [격정세계]를 읽다가
“네 감각은 언제나 이렇게나 좋은데. 페이를 안 지 오래됐어?”
“응. 페이는 사람을 정성껏 대하지. 다만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거야.”
“음. 난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는 정말 힘든 일로 겪는 그 어떤 충격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찬쉐 [격정세계] 132 페이지 – 은행나무 출판사
소설의 초반 헤이스와 샤오쌍의 대화다. 헤이스의 ‘사람을 대하는 정성’을 샤오쌍은 ‘사랑’으로 받았다. 이렇게 대화의 場에는 균열이 발생한다. 의미는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당시 샤오쌍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던 ‘사랑’의 양상으로 변화되어 버렸다. 이를 더 확장하면 언어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되고, 소통의 근원적 불일치로 치달아 전통적인 합리성은 의심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다. 이렇게 세상은 부겐빌레아 마른 꽃잎처럼 작은 바람에도 휩쓸리며 우연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