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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한 단상

by YT

손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겼다. 손이 마르는 늙음의 현상이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TV를 보면서 그리 싫었던 연예인이 없었던 것 같다. 연예인에 대해 아예 싫어한다는 개념조차 들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싫어하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유튜브로 TV 클립을 보는 지금, 싫은 연예인 지뢰를 피하기 어려워 전원을 꺼버릴 지경이다. 그만큼 많아졌다.

나이 들면서 싫은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는 아예 안 볼 정도로 호/불호의 각이 져 버렸다. 나이 들수록 성격의 모서리가 더 날카로워지는 듯하다. 이러다 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두렵다. 나이 들어 폭발하는 것은 주변의 이해를 바라기 어렵고, 나 자신 또한 깨끗하게 감정을 청소할 수 없어서, 계속 주변과 어색한 관계를 맺게 되고, 점차 구성원에서 분리되고 멀어지게 된다.


편의점 차량 돌진(2020년 9월 기사) - 화가 극에 달해, 머리와 연결된 이성의 끈이 챙! 소리를 내며 끊어진 경우이다. 이 뉴스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차를 편의점으로 돌진했을까?’하는 동조의 감정이었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의 화는 극에 달하면, 자신도 통제 못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비록 우리는 그 통제를 미덕으로 배워왔지만 말이다.

과거의 나는 아니겠지만, 요즘의 나라면…, 어쩌면 내가 화를 못 참는 상황이 온다면 저렇게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들어 포용의 시야가 좁아 든 지금, 단련된 날카로운 모서리가 번뜩이는 지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지금 나는 그 30대 여성의 행동에 동조한다. 충분히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녀처럼 행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곤 엄청나게 후회하겠지…, 하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다시는 NORMAL로 돌아올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외나무다리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것이고, 나이가 들면 외나무다리의 폭이 줄어 우리의 걸음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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