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4.

6부 판노니아 1장 ‘아시아의 문에서?’

by YT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는 6부 '판노니아'를 들어가며 그 첫번째 장의 사유로 경계의 문제를 다룬다. 작가 역시 이 문제가 조금 이상했던지 뒤에 물음표를 달았다. 경계의 문제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경계에 대한 사유는 경계를 이루는 양쪽에 대한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다.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유럽 헝가리’의 정체성이 서부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인식될 수도 있나 보다. 이는 헝가리의 민족 구성이 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마자르족이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 때문이다. 헝가리가 아시아의 문이 되는 것은 게르만 족과 구분되는 민족의 경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도시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를 경계로 유럽과 아시아로 나뉜다. 희망봉에 서면 오른쪽은 대서양이고, 왼쪽은 인도양이다. 민트향 짙은 절벽 위, 모로코의 카페 하파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대서양의 물 색이 짙고, 인도양은 다소 황토의 느낌이 있고, 지중해의 물은 좀더 밝은 블루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감상은 구질구질한 분석이고, 애처로운 감상일 뿐이다. 이는 모두 같은 바다일 뿐이고, 같은 도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는 구분하여 연구하려는 지리학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다.

남아프리카를 여행하다보면 우리는 경계가 무너진 다양한 인종의 혼재를 마주할 수 있다. 아프리카 현지인, 유럽 인종, 인도인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계까지 크게 구분하여 대여섯 인종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피부 색과 얼굴 모양은 과연 세상에 인종의 구분이 존재하는가? 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순수에 대한 강박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불행으로 이어졌고, 종교에 대한 순수는 억압과 폭력으로역사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재료의 순수함에 집중한 영국 음식은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이 되었다. 날카로운 이성이 감성에 의하여 보듬어 지듯, 모든 날카로운 경계의 이데올로기는 경계를 이루는 상호간의 교섭과 시간을 통해 마모될 때 우리는 좀더 풍성해질 수 있다. 경계선은 확장 되어야 한다.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좀더 두터워지고 흐려질 때, 정체성은 진정 통합되고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것이다. 아예 경계가 지워지면 어떠한가. 세상은 몰골법으로 그려질 때, 비 온 뒤의 인왕산처럼 좀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변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