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5.

by YT

[다뉴브]의 초판은 1986년에 나왔다. 다뉴브가 중부 유럽의 통합에 기여할지 아니면, 민족 간 첨예한 분열로 이어질지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강이 오스트리아를 빠져나오며 둑이 터지듯, 그 중남부 유럽에 삼각주의 난잡한 물길처럼 여러 신생 독립국가를 만들었다. 유고연방은 해체되었고, 각각의 민족은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자신만의 국가를 만들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여전히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고 살아있다. 다뉴브 남쪽 발칸반도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화약고가 되어 있다. 또 다른 한편 유럽의 모든 국가는 EU라는 통합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제 다뉴브 강의 수혜를 입은 대부분의 국가는 통합된 EU안에서 살아간다. 통합과 분리에 대한 작가의 전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뉴브는 포섭하는 역사의 통합과 분리의 지루한 반복을 만들며, 철문을 넘어 표표히 흘러갈 뿐이다. 다뉴브는 철저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역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를 규정하는 ‘중부유럽의 석학’에서 중부유럽은 그 포괄성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분리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문학을 중심으로 풀어간 ‘중부 유럽’은 독일어를 중심으로 한 것이다. 다뉴브를 여행하며 마그리스는 독일어로 작품활동을 한 많은 사람들을 에세이의 중심에 세운다. 이 과정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어로 사유한 유대인들이 아주 높은 비중으로 포함되는데(카프카, 카네티 등), 독일의 외곽에서 독일어 문학의 주축을 이루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라는 것이 매우 아이러니하다. 마그리스는 다뉴브의 동부에 흩어진, 독일어 사투리를 포함하며, 독일어권 문학의 높은 탑을 만들고, 이를 중부 유럽의 문학으로 치환하려 하는 듯하다.

이 지점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일본, 간도, 만주, 연해주, 중앙아시아로 이주한(이주당한) 우리 민족의 모든 문학을 포섭해야 한다는 아주 민족적인 마음이 안으로 굽는 식상한 아이디어를 가져본다. 우즈베키스탄 ‘알리세이 나보이 문학박물관’의 한쪽 구석에 처박힌 채, 시간의 빛에 누렇게 변해가는 한인작가 ‘조명희’의 1평 남짓한 공간이 떠올랐다. 생각지 못한 낯선 곳에서 발견한 한글에 가슴이 뛰어, 벽면을 뒤덮은 조명희와 그의 작품에 대한 글씨를 읽어갔던 느낌이 생생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세계사적으로 이미 오래전에 박제된 반공주의 이념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언젠가 조명희를 비롯한 KAPF 작가들과 한국 밖의 한인 문학에 대한 진지한 개척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내가 해볼까? 제목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쯤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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