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렛

by YT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난 지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고, 그리고 민주주의가 다시 균형을 회복했다고 결론을 내리고픈 마음이 든다.’(368 페이지)


2026년 현재의 미국을 마주하며 두 분 저자의 표정이 궁금하다. 트럼프는 더욱 강력한 터미네이터가 되어 돌아왔다. 여전히 엄지를 치겨세우며, 빈정거림과 조롱의 거친 악담을 성난 군중에 퍼붓고 있다. 미국의 불쌍한 민주주의는 붉은 MAGA 모자 속으로 납치된 듯하다.

그동안 미국의 선거제도가 매우 복잡하다는 막연한 인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지니고, 법적/제도적으로 완벽의 이미지를 풍기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사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후진 체계일 뿐이다. 이런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려운 법적 프로세스(합법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극우의 변종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이것의 영향이 미국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세계적으로 확장된다는 면에서, 나의 삶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책은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 상원 의석의 배분, 종신제 대법관의 사법심사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에 의한 지배를 무력화하는 ‘반다수결’의 대표적인 오류이며, 역설적으로 소수에 의한 독재를 촉진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의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다수결)에 반하는 제도적 법적 장치들을 개선하기 위하여, 저자들은 미국의 장구한 민주주의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가며 시민단체 주도의 실천, 행동의 강조로 책을 마감하고 있다.

아주 온건한 민주주의자의 입장에서 나올법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미국을 마주하고도 저자는 같은 식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철저한 민주주의자들에게 민주주의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미쳐 날뛰는 소수에게 휘둘리며, 속으로 ‘저놈은 천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저주만 퍼붓고 견디며, 기회가 왔을 때조차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 먹물들에게 민주주의는 족쇄다. 경건한 단체를 조직하고, 그 단체들이 연합하고/ 거대한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 물론 중요하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서 법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제도적인 부분을 바꿔나가는 것. 하지만 이것 역시 구시대의 상투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SNS와 알고리즘이 보편화되면서 시민단체는 분열되었다. 대항하는 힘으로서의 시민단체 역시 정당들의 쌍둥이로 분할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시민의 실천하는 행동 역시 위기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 회복’ 단체를 구성할 때, 그와 같은 규모의 ‘반민주주의’ 단체가 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도 우리는 우리 주변에 수많은 ‘반민주주의’ 단체를 볼 수 있다. ICE요원들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이민자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공급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수요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행동하는 시민 단체의 조직과 실질적 행동은 긍정적 변혁 운동의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역으로 수요를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바탕에 세워졌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만나며 개인, 조직, 국가의 욕망은 민주주의를 통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부)’이라는 민주주의식 슬로건으로 다독여졌다. 하지만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장의 파이를 뜯던 도덕적 욕망은 방향을 외부에서 안으로 틀어버렸다. 이제 다양한 층위의 다양한 욕망은 서로를 뜯어 자신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민주주의 속에서 부의 추구는 생존권만큼 그 사회의 기본권이 되었고, 누구도 자신의 부를, 욕망을 줄이려 하지 않게 되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지켜나갈 가치 있는 시스템이다.(아담 쉐보르스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만을 따로 떼어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서 있는 바탕에도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 바탕에선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제도화된 욕망의 틀인 자본주의의 한기(寒氣)는 서서히 윗단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윗부분만 분석의 대상으로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한통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전체적인 대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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