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와 팔을 툭 치며 저 위를 향해 빠르게 멀어지는 남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이 하찮은 스침도 인연일까? 출근길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은 정지한 체 위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긴 줄이 있고, 왼쪽은 두 배 빨리 이동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만들어진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마세요’ – 몇 초 간격으로 이어지는 이 방송메시지는 공허한 소음으로 삐걱이는 기계음과 같이 갈려버린다. 에스컬레이터 설치 초창기 ‘한 줄 서기’ 캠페인은 바쁜 사람과 여유 있는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 팔팔한 젊은이와 힘든 노인등 세상의 모두를 위한 아주 합리적인 이분법의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에스컬레이터 위에서의 이동이 기계의 내구성을 떨어트리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한 줄 서기’ 캠페인은 폐기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단순히 기계적인, 안전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문제들이 포함된다. 한 줄 서기도 자세히 보면 한 칸에 한 명이 아니라, 보통 한 칸 건너 한 명씩 서 있고, 이동하는 줄에서도 이 원칙(한 칸 건너 한 명)은 지켜진다. 이 한 칸의 비움에서 사람은 최소한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낀다. 아마 에스컬레이터 탑승의 대기줄이 아무리 길어도 이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만약 우리 모두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가만히 서서 이동하는 날이 온다면 그 모양은 지그재그 모양이 될 것이다.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공간을 비우고. 에스컬레이터 한 칸은 사람들의 시루 속에서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