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by 예온 YeOn

삶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고, 나는 계속 오답노트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늘 틀렸던 문제를 다시 틀렸다. 이 문제의 정답이라도 있긴 한 걸까? 문제 자체가 오류인 건 아닌가? 그러다 문득 '왜 내 인생이 답 없어 보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늘 내가 갖지 못한 것, 나의 부족과 결핍들을 먼저 나열하게 되니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능력을 인정받으면 행복할까?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으면 행복할까? 아름다운 외모를 갖게 되면 행복할까? 행복이란 내가 지금 당장 취할 수 없는 것들에 묶여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말 그런 순간들이 온다면 '행복'하다기보다는 놀랍고, 얼떨떨하고, 잠깐 도취되었다가 이내 무덤덤해질 것 같다.


책방에서 <이만하면 충분한 삶> (헤더 하브릴레스키 저, 샘터사, 2021)을 발견했을 때, 책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위안을 받는 느낌이었다. 남들만큼의 행복을 갈구하는 나의 욕심에 대해 저자는 삶의 진정한 행복은 표면적인 결과가 아니라 내면의 관점에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무수히 많은 매체와 SNS, 상업광고를 통해 보이는 포장된 행복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현실에서 꾸준히 행복과 만족감을 찾으라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행복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의외로 사소한 데 있었다. ‘지금 이대로 너무 좋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갈 때, 모처럼 대청소를 마치고 깨끗해진 방을 바라볼 때, 어느 무더운 여름날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 너무 맛있어서 음식이 사라지는 게 아까운 기분이 들 때,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보게 되었을 때, 휴일에 낮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밖이 환할 때,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깊은 감명을 주는 한 문장을 만났을 때,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들을 한 아름 사 들고 나올 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드라이브를 즐길 때 등등. 내가 머릿속으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막연히 떠올리게 하거나 입 밖으로 '와, 행복해!'라고 소리치게 만든 순간들을 나열해 놓고 보니, 행복이란 너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니었나 싶어졌다.


다른 사람들의 속도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갖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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