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과보다 계속해나가는 힘이 필요해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10여 년 동안 볼링 동호회 활동을 했었다. 구력에 비해 볼링 실력은 형편이 없어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볼링이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으니 약이 바짝 올랐다. 팀의 에이스라고 불리는 회원들이 부러웠고, 10년 넘게 볼을 굴렸는데도 늘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자신이 창피했다. 그 당시에는 볼링 점수가 마치 내 삶에 대한 평가라도 되는 듯이 점수 올리기에 집착했다. 하지만, 아무리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습을 해도 좀처럼 상위권 회원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마음처럼 게임이 풀리지 않아서 남들이 눈치 볼만큼 썩은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속 좁게 구는 내가 싫어져서 몰래 운 적도 있었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선택한 볼링이 오히려 나를 괴롭게 했다.
나는 누구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아이였다. 어쩌면 내가 오랜 시간 붙들고 살아온 ‘글쓰기’라는 작업도 그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싫어서 더 잘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오랜 시간 품어온 꿈마저 부숴버릴까 두려울 때도 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이전의 나는 그저 유일한 독자인 나를 위해 글을 썼다. 연습장에 마음 가는 대로 써놓은 시나리오나 조잡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을 가끔 꺼내 읽을 때마다 그걸 쓰면서 행복했던 나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곤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기꺼워하며 즐기는 마음이라는 걸 다 늦게 알아차렸다.
<불펜의 시간>(김유원 저, 한겨레출판사, 2021)을 읽으며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집착한 삶이 사람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를 보았다. ‘야구’라는 스포츠에 저마다의 사연으로 얽힌 인물들은 성과 중심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좌절하고, 부서지고, 망가진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로 규정되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과정’ 안에서 빛나기를 선택한다. 우리의 삶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스포츠가 아니다. 각자의 리그에서, 각자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리고 그 빛은 어둠과 안개와 비바람과 진흙 속에서도 아름답게 유지되어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이 소설은 꽤 담담한 위로를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잠깐 요가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운동신경이 거의 없는 편이라 요가 선생님을 따라 자세를 취하는 게 매번 어려웠는데, 선생님은 늘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강생들을 위로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머무르며 제대로 호흡을 하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선생님은 지금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아도 우리 안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나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요가 자세는 엉망이었지만, 그 과정 안에서 나는 충분히 나아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너는 실력이 없어.’, ‘재능이 부족해.’라는 무책임한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무조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지 않는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밀어내지 않도록. 오래 읽고, 오래 쓰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