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전기 공사가 지연된 지 오래됐다. 불이 들어오는 곳과 들어오지 않는 곳이 나뉘어 있다. 해가 지면 소장 공간과 작업 공간은 어둡다. 창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만 바닥에 얹힌다. 이런 상황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정리가 더뎌지고, 몸이 먼저 긴장한다.
나 역시 낮에는 그랬다. 끝내지 못한 것들이 머리에 오래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예전의 시간이 스쳤다. 오래전에 산에 들어가 살던 때였다. 전기도 수도도 불편했던 그 시절 때문인지, 전기가 없는 곳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곳이었다면 지금의 이 어둠이 이렇게 불편했을까? 생각은 그 지점에서 멈췄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뒤에도 작업실을 떠나지 않았다. 불빛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실루엣은 또렷했다.
손에 닿는 것부터 천천히 정리했다. 무리해서 끝내려 하지도, 미루지도 않았다.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풀렸다. 스트레스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일은 부족함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가 되었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불이 없어도 되는 밤이 있다는 것을.
작업실은 5층이다. 한쪽 창으로는 산이 보이고 다른 쪽에는 도시의 불빛이 이어진다. 전기가 완전히 들어오지 않은 밤, 그 풍경은 오히려 선명해 보였다. 빛이 줄어들자 다른 감각이 또렷해졌다.
정리가 멈추지 않는 밤이 있고, 마음이 먼저 자리를 찾는 밤이 있다. 이 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조급해지지 않기 위해서, 이 상태가 가능하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