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을 좋아합니다.

by 만일

전 전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감자전을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엄마에게도 만들어달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감자를 강판에 간 다음 김을 찢어 넣어 섞은 뒤에 그대로 팬에 부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요리죠. 하지만 감자를 하나하나 깎고 강판에 가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혼자서는 잘 해먹지 않습니다. 아직도 본가에 내려가면 엄마는 가끔 그렇게 감자전을 만들어주세요.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어느 식당에서도 팔지 않는 그 감자전 한 접시가 너무 좋습니다.

호박전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호박전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요즘은 호박전이 먹고싶으면 그냥 채를 썰어 버리고 김치속도 좀 넣어 커다란 김치부침개를 부쳐버리고 맙니다만, 역시 호박을 동전모양으로 예쁘게 썰어 밀가루와 계란을 번갈아 묻힌 다음 하나씩 뒤집어가며 부친 그 정석적인 호박전이 가장 맛있습니다.

여전히 미취학아동이었던 시절, 외갓집 식구들과 저녁을 먹던 때였습니다. 저는 식탁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호박전 한알한알 들이 너무 아쉬웠던 거예요. 마지막 밥 한 수저를 먹기 전 가장 좋아하는 반찬을 함께 먹고 싶었던 거죠. 나는 밥공기 안쪽을 생쥐처럼 파먹고 그 자리에 전을 하나 쏙 숨겨두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서요. 하지만 장난기 많은 둘째 삼촌이 금세 내 밥그릇 안의 노란 조각을 발견하였고 모두가 한바탕 웃어대는 재밌는 일화가 생기고 말았죠. 나는 그 밥상 앞에서는 아주 부끄러웠지만, 그 이후로 내가 외갓집에 갈 때마다 식탁에 호박전이 올라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주고 내어주는 사람에게, 나는 사랑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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