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심을 잡고 느리지 않게 걷을 것

by 강이현

나이가 더해질수록 ‘1년’의 시간은 너무나 짧은 단위로 다가온다. 2024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도, 설렘보다 시간의 속도감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속력 속에서 주어진 줄을 두 손으로 단단히 쥐고 두 발로 중심을 버티어 한 발 한 발 느리지 않게 걸어가는 것.


앞으로 똑바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시간을 진솔하게 마주 보아야 한다. 적어도 24년도의 발전된 나를 바란다면 작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2023년도엔 두 번의 이별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었고 2년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리고 인생에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했던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반면교사가 되어준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울분에 북받쳤던 날들과 멍청하게 잘못된 것을 모르고 보냈던 날들이었다. 사회 초년생을 이기적이고 교활하게 이용했던 어른들이 큰 잘못이라 생각하지만, 그 사이에서 생각의 중심을 잡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 또한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란 중심축에 휘둘리지 않는 것, 개인적인 약점과 상황을 내비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감정에 앞서지 않고 이성적으로 똑똑히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대학교 1학년때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대학교 졸업을 할 때쯤 연인 관계로 발전하였다. 대학교 4학년의 나는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행복한지, 어떤 조건의 남자친구를 원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기준치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그는 이에 합당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나를 향한 큰 마음과 배려심, 좋은 인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 당시의 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 나를 사랑해 준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라면 내 마음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1년간 울산-서울의 거리를 두고 연애를 이어 나갔고 1년은 서울-미국의 장거리 연애를 하였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한 번도 이 친구의 마음을 의심해 본 적 없을 만큼 나에게 큰 사랑을 주었다. 그렇게 연애를 지속하던 중 귀국 한 달을 남겨두고 이 친구는 나에게 마음이 뜬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이긴 하였으나 나 또한 불투명한 장거리연애를 지속할 마음은 없었기에 그리고 ‘이게 사랑인 걸까’라는 의심과 고민이 항상 있었기에 여기서 끝내자고 말하였다. 함께 한 시간은 6년이었으나 끝내는 시간은 10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9분 32초였나. 마음 한자리가 공허했다. 그러나 괴로운 고통은 아니었다. 나 또한 6년의 정을 떼어내기 힘들어 헤어지잔 말을 하지 못했었나 보다.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랑을 사랑이라 생각했나 보다. 그렇게 알았다. 나는 크지 않은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의 기준과 생각에 합당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사랑을 꾸준히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의 시간이 재혁이의 20대 어느 즈음에 괜찮았던 추억 하나로 자리하였으면 좋겠다.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깨달았던 시간이었으니. 그리고 재혁이가 내게 보였던 예쁜 웃음과 마음을 존중하고 사랑했으니.


난 이번 연도에 대학원 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다. 그리고 꾸준한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나만의 글을 쓰는 힘을 키워 작사를 하고 싶다. 또 23년도 9월 즈음부터 시작한 발레와 수영을 꾸준히 해서 나의 신체와 정신의 중심축을 단단히 세우고 싶다. 그리고 언변을 기르고 싶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나의 의견에 대해 똑똑히 말해야 할 상황에서 논리와 정확성을 갖추고 센스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현명하게 화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당한 부당함과 억울함에 대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그 순간만큼은 이성적으로 내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한 해에 이루기엔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만의 길에 주어진 밧줄을 단단히 잡고 한 걸음씩 느리지 않게 걷는다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2024년은 중심을 잡고 부지런히 내딛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24. 01. 04 사당 공차 카페에서 (연두색 스탠리 텀블러 넘 귀엽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