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의 대학원 생활이 끝났다. 나는 수업에 성실히 출석하고 마감일에 맞추어 깔끔하게 구성한 리포트를 제출하는 학생이었다. 이런 나에겐 하나의 큰 고민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나는 발표가 무서웠고 내 입장을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교수님께서 던지는 작은 질문에도 지레 겁을 먹었다. 질문이 나에게 올까 대답을 미리 메모장에 적어두곤 했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 말하였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질문엔 터무니없는 대답을 하기 일쑤였다.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날이면 꼭 대본을 챙겨야만 했다. 대본이 없으면 백지가 될 것만 같았다. 나는 그랬다. 어떤 텍스트를 보고 또박또박 읽을 수 있어도, 그것을 덮고 내 생각을 말할 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 학기가 끝나서야, 아니 2년 반의 대학원 생활이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릴 때 즈음에 와서야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이번 학기에 은구라는 동갑내기 친구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미국에서 생활하고 교육을 받아왔다. 그 친구는 누군가의 발표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터무니없으나 교수님의 흥미를 자아내는 말을 던지는 아이였다. 내심 그 친구가 부러웠던 것 같다. 나는 보기 좋게, 일목요연하게 가시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잘 하지만 그리고 성실하게 무언가를 꿋꿋이 해내긴 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고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게 부끄럽고 두려웠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생각하는 힘이 부족했다.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읽고, 어떤 것을 듣고 ‘좋다 또는 나쁘다’에 그쳤다. 단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에만 끝내 왔기에 나의 생각을 도식화하고 그 생각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내성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것을 두려워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자발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부모님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나, 부모님의 영향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님과 함께 뉴스를 볼 때면 부모님은 피상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만을 내뱉었고 단 한 번도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학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오셨기에 미흡한 수준과 깊이를 갖고 있는 말을 구사하셨다. 20년 넘게 들어온 언어는 지금의 나를 좌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이러한 나의 콤플렉스는 20대에 해결해야 할 과업이다. ‘말’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며, 나라는 사람을 입증하기 위한 귀중한 도구이기에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준비한 것에 비해 작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고, 억울한 상황에서 입장과 견해를 확실하게 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겨내야 한다.
1. 하나의 대상 또는 사건을 보고 내 견해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리고 그것을 핸드폰 메모장이든 어디든 적어서 도식화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2.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그때만큼은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보자.
그러한 환경에 직면했을 때 다른 나의 존재가 나올 수 있도록.
3. 올바른 문장구조를 쓰는 습관을 들이고 글쓰기 훈련을 꾸준히 하자.
이러한 습관을 들이는 것은 올바른 말하기 습관에 도움이 될 것이다.
4. 목소리를 다듬자. 나는 높고 떨리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있다.
목소리를 다듬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해보자.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콤플렉스를 직면하고 이에 대해 솔직하게 써 보는 것만으로도 용감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도 지혜롭다.
이제 실천만 해보면 된다.
민낯 같은 실천 후기를 꼭 여기 써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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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20 방배 숲환경 도서관에서 (주변에 글을 읽는 멋진 어른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