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쩌면 나의 방패막이었던 예술

by 강이현

예술은 감추고 싶은 내 유년 시절의 상황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사실 나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나 (ㅎ.ㅎ), 나는 '세련되다', '부티 난다'는 칭찬을 자주 들어왔다.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서인지, 내가 추구하는 미가 그래서인지, 뭐 그렇다. 여기에 더 해 전공이 미술인 점은 나라는 사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그런 게 좋다. 왜냐면 감추고 싶었던 유년 시절의 상황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게 하니까.


나에게 ‘미술 전공’이란 기회는 아주 어렵게 주어졌다.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관련한 많은 것들을 좋아했다. 이런 말은 진부하니 넘어가겠다. 나는 예술을 예민하게 다룰줄 알고 첨예하게 이해하는 아이였으며, 그럼 감각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나의 유년 시절은 ‘예술 입시’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극심한 알코올중독을 겪고 있던 아빠와 동생 두 명, 그런 아빠로 인해 아침 저녁 일을 해야만 했던 엄마가 있는 집에선 첫째인 나로선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나 컸다. 그냥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때에 난 결핍이 생겼던 것 같다.

한 번은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00아, 네가 부티나게 생겨서 집안이 어려운지 몰랐는데 많이 어려웠구나’라고. 그때의 동정과 나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들이 어느 정도 내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단 사실은 나를 위축시켰다. 그 당시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버리니, 부모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그 상황은 너무나 답답했으며 막막했다.

아빠의 담배 냄새가 들어오던 작은 내 방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2024.07.17 방배역 바나프레소에서 (급하다고 아무 곳이나 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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