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에 위치한 '행복한 미미네 보호소'. 이곳에 15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모두 한때 버려지거나 구조된 생명들입니다.
최근 이 보금자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부터였습니다. "냄새가 난다",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보호소는 '위반 건축물'이라는 행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의 잣대 앞에 이들의 보금자리는 '불법'이 되었고,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물론, 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불법 건축물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민원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이 차가운 법리와 합리적인 민원 사이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40년 세월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미보호소의 소장님은 40년, 자신의 청춘 전부를 유기동물 구조에 바쳤습니다. 돈이 되어서도, 누군가 알아주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버려지고 상처 입은 생명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골프장의 정적 대신 동물의 울음소리를 먼저 들었던 그 세월이, 이제 한순간에 '불법'으로 낙인찍혔습니다.
YTN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 손을 놓으면 애들이 어디로 가겠어요? (안락사가 기다리는) 시 보호소밖에 더 가겠어요?" 40년의 헌신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녀의 걱정은 오직 동물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불법 건축물 철거'라는 행정 절차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생명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야 합니다. 놀랍게도 울산광역시에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동물보호센터'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현재 울산의 유기동물 보호소 11곳은 모두 '행복한 미미네'처럼 개인이 사비와 후원금으로 힘겹게 운영하거나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공의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불법'이라는 굴레를 알면서도 자신의 삶을 바쳐 그 구멍을 메워야 했습니다. 미미보호소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실패를 개인이 감내해 온 현장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울산시의 지자체 직영 보호소 건립 사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지자체에서 표를 얻기 위해 '반려동물 테마파크'나 화려한 '동물 문화센터'를 짓는 데는 열을 올립니다.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놀이터를 짓기 전에,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생명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즉 '직영 보호소' 예산이 먼저 확보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보호소 철거 명령을 유예해달라는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법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대책 없는 행정 집행으로 150마리의 생명이 또다시 갈 곳을 잃게 되는 비극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자연은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땅의 유일한 주인이 아닙니다.
특히 개라는 동물은, 수만 년간 사람을 위해 길들여지고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개는 '공진화'했습니다. 개 덕분에 인류는 척박한 환경에서 사냥에 성공하며 생존할 수 있었고, 인간의 후각이 퇴화한 증거를 이 공진화의 과정에서 찾기도 합니다.
수만 년간 우리를 위해 존재해 온 동반자에게,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법은 중요합니다. 민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법과 민원이 오직 인간의 편의와 여가를 위해서만 작동하고, 우리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동반자의 자리를 지워버린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요.
40년의 헌신이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되기 전,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도시는, 우리의 법은, 과연 이 땅의 모든 생명을 위한 공간을 단 한 뼘이라도 남겨두고 있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