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탄천변을 내려가 산책하노라면 웬 공사가 그리 많은지 여기저기 흙을 파헤치고 있다. 요란한 공사 소음으로 인해 백로 왜가리도 사라졌고 자주보아 익숙한 오리들도 볼 수 없다. 가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들이 물결을 일으키며 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도 볼 수 없는 건 물론이다. 내가 즐기는 돌돌 거리며, 때때로 콸콸거리며 흐르는 물소리도 그 소리에 밀려 잘 들리지 않는다.
공사 소리에 더해 이상한 기계가 등장했다. 빗자루 대신 낙엽이나 풀을 쓸어 내는 일을 하는 기계다. 그 또한 소리가 대단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싸리 빗자루를 사용하지 않아서 일하시는 분들 빠르고 편하겠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있다. 귀가 먹먹하도록 큰소리를 내지르는 곁을 지나노라면 기계의 동력이 휘발유인지 지독한 기름 냄새로 숨이 턱턱 막힌다. 매일매일 변화하는 자연을 즐기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산책 나오곤 하는데 이건 대단한 방해가 되는 일이다. 게으른 나는 그 핑계 대며 산책을 미루기도 했었다. 싸리비가 그립다. '싸악 싸악' '아저씨 수고하시네요' 자연스러운 그 소리가 그립다.
싸리비라니 많은 것이 기계로 대체되어 가는 되어가는 시대에 경제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다. 내가 참아야지. 새는 어디 가서 보고 상쾌한 공기는 어디로 가서 찾을까. 한가한 소리겠지라고 속으로 구시렁대다 또 한 편 생각한다. 행복이 무엇인가. 이곳에 자주 날아드는 박새, 까치, 멧비둘기소리, 풀벌레소리를 듣고, 오리, 백로, 왜가리들이 물 위에서 한가로이 노는 모습을 보며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날.'아아 오늘 산책 나오길 잘했다'라고 속삭이는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대하게 되면 행복이 조금 더 내 곁으로 가까이 오지 않을까?
오늘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다. 중간에 나를 태우는 친구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는 항상 서둘러 집을 나선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기다리는 장소로 향한다. 가로수은행이파리들이 한창 노란빛으로 눈을 호사시키고 사이사이에 벚나무들의 잎이 연한 갈색 붉은색으로 휘날리고 있다 바닥에 낙엽들도 고운 색으로 몰려다니고 있다. 그곳은 아파트 앞이라서 유치원 등원시키려고 아이를 데리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아빠를 많이 만나게 된다. 차를 기다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머리에 분홍 리본을 매단 여자아기를 만난다. 예쁜 엄마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런데 말이다. 탄천 같은 방대한 곳을 처리하자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아파트 앞 인도에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그 무지막지한 기계를 휘두르고 다니며 낙엽을 처리하고 있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밟으며 바사삭 소리를 느끼고 그 향을 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그런 나의 생각은 미치지 못한다. 또 낙엽이 없는 곳에서는 끄고 다니시면 좋으련만 그대로 켜고 허공을 향해 들고 다닌다.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그 곁을 숨을 참으며 지나친다 아기는 유치원 차를 기다리며 여전히 뛰어다니고 있다. '여보세요, 좀 잠깐이라도 끌 수 없나요.' 입 밖에 내서 말하고 싶다. 그러나 요즈음이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가 입 다물고 숨을 쉬지 않고 있을 수밖에. 승용차에서 나는 기름 냄새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누가 발명해 냈단 말인가? 신세계를 만났다고 기뻐했겠지. 아아! 괴롭다. 신기술이여 멈추어 다오. 신발명이란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체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