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불통

by 독나리

아들이 결혼해서 미국으로 간지 벌써 20여 년이다.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 특별함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아들이 유학 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곤 했었다.

그다음 해 우리 식구 모두 미국에서 모였다. 딸부부도 미국에 있어 전 가족이 아들집에 모였다. 어찌해서 그날 집에 아들과 나만 있었는지 모르겠다. 누가 벨을 누른다. 누가 왔나 보다 하고는 무심코 현관으로 나갔다. 아들말 "아마 수도 고치러 왔을 거예요" 한다. 난 뭐가 고장 나서 사람을 불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들도 무심코 있었나 보다. 문을 열자 엄청 큰 몸집의 두 남자가 꼭 누군가를 잡으러 쳐들어온 사람같이 몇 마디 아들과 지껄이더니 저벅저벅 신을 신은채 들어선다. 순간 난 아주 쪼그라져 구석으로 달아났다. 뭐라고 큰 목소리로 떠드는데 무슨 소린지도 전혀 알아들을 수 도 없었고, 그들 큰 몸체에 압도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구석방으로 도망가서 그들이 갈 때까지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아니 나도 십여 년 이상을 영어 공부한 사람인데 어쩌면 이렇게 알아들을 수가 없냐고. 그들이 집에서 나간 뒤 나는 한심한 나의 모습에 실망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미국에 와서 영어가 서툴러도 손짓발짓짓 해가면서 우리나라말도 섞어가면서 잘 통한다더만 난 아주 조그마해져서 구석에 숨어버리는 한심한 모양새였다. 나의 소심함이 한몫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지인처럼 그렇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구석으로 숨어들지는 말았어야지 한심한 모양새였다. 미국인도 같은 사람인데 이 나이에 이래저래 그렇게 숨었다는 사실이 생각수록 화가 났다. 언어의 차이가 큰 불편함이라는 사실을 마주한 일중에 하나 잊히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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